광주 서부경찰 관계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2층 치평홀에서 ‘뺑소니 사망사고 마세라티 운전자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광주 서부경찰은 ‘뺑소니 사망사고 마세라티 운전자 검거’ 관련 브리핑을 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모(32)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A·B·C씨, 광주·전남에 ‘조 선생’으로 알려진 D(54)씨의 추가 범죄 연루 여부를 수사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3시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법인 명의 수입차를 몰다가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의 후미를 들이받아 2명의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치고 동승자 2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김씨는 지난달 19일 태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은 후 21일 오후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인 광주에 내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지인으로부터 마세라티 차량을 건네받은 그는 사고 당일인 24일 오전 2시부터 1시간여 동안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술집에서 지인 A·B씨와 술을 마셨다.
술은 마신 상태에서 광주 북구 신안동 소재의 술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A씨는 벤츠를, 김씨는 B씨를 태운 채 마세라티를 몰았으며 운전을 하던 중 앞서가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A씨의 차량을 타고 B씨와 함께 대전으로 올라간 김씨는 A씨가 끊어준 오전 9시30분 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리무진버스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김씨가 공항으로 향하는 사이 A씨는 김씨의 비행기 티켓을 취소 했고, 이를 알지 못한 김씨는 공항에 도착했으나 출국이 금지됐을 가능성에 스스로 항공권을 포기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늦은 오후 서울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조력자인 고교 동창 C(32)씨에게 연락해 대포폰을 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C씨가 구해준 대포폰을 이용하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났다.
경찰은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 4개팀 30여명을 투입해 A씨의 도주 경로를 추적, 사고 67시간여만인 26일 오후 9시50분께 서울 강남에서 김씨와 C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연루자 4명은 광주·전남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동창생, 동네 선후배 사이로 드러났다.
김씨는 수차례 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지난 2014년 이후 태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과거 광주 북구 일대에서 거주했으나 주소지가 불명확한 탓에 행정당국이 지난 2일 김씨의 주민등록 주소지를 말소하고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이관했다.
가명을 사용하던 김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다고 진술했으며, 주로 거주했던 태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를 도운 조력자 A·B·C씨도 범죄은닉도피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모두 무직이라고 진술했으나 이들이 수시로 태국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오간 정황이 확인됐으며 김씨의 SNS에는 태국에서 호화롭게 생활하던 모습과 광주 무등산 일대 도로에서 난폭운전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이 게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 대부분은 사기 등 혐의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몰던 외제차에 대한 조사도 이어진다.
김씨가 해당 차량을 몰게 된 계기, 서울 소재 법인 소유 차량이 광주까지 오게 된 이유 등은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해당 법인에 이사로 등재된 D씨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D씨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불법적인 사업을 하거나 본인 명의로 차를 등록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 선생’, ‘조 박사’로 불리는 사람으로 서울에서 법인을 만들고 법인 명의로 마세라티를 계약한 뒤 대포차 유통업자에게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그는 지난해 ‘자동차관리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위드마크 기법을 적용한 음주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 김씨와 조력자들에 대한 추가 범죄 연루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는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유가족에 사과의 뜻을 담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경찰에 압수된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현기·정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