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1일. 서울의 한 쪽방촌 주민. 뉴시스 |
17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간한 ‘사회통합실태조사로 살펴본 도심 주거취약계층의 빈곤과 온기’ 보고서에 따르면 쪽방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경제적, 정서적 취약성이 일반 집단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경제적 취약성을 보면 도심 주거취약계층은 현재 및 5년 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각각 75.0%, 61.0%에 달했다. 이는 일반 집단(24.8%, 17.3%)에 비해 각각 3배, 3.5배 높은 수치다.
또 중병에 대처할 수 있는 경제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1.0%, 노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74.0%에 달해 경제적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목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도심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53.0%로, 일반 집단(20.2%)에 비해 2.6배 높았다.
또 ‘몸이 아플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25.0%로 일반 집단(4.5%)의 5.6배나 됐고, ‘우울할 때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17.0%로 일반 집단(4.5%)보다 3.8배 높았다.
특히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는 ‘매우 그렇다’인 4점 만점 중 2.55점으로, 일반 집단(1.76점)의 1.4배에 달했다. 자살 충동(1.68점)과 소외감(2.09점)도 일반 집단보다 1.3배 높아 정서적 고립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주거취약계층의 ‘걱정’과 ‘우울’ 정도도 일반 집단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걱정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도심 주거취약계층이 41.0%로 일반 집단(14.9%)의 2.8배였고, ‘우울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0%로 일반 집단(9.2%)의 2.6배로 나타났다.
반면 도심 주거취약계층의 ‘행복’과 ‘만족’에 대한 응답은 일반 집단보다 낮았다.
‘행복하다’는 응답은 도심 주거취약계층이 10점 만점 중 5.23점, 일반 집단은 6.68점이었다. ‘만족한다’는 응답 역시 도심 주거취약계층이 4.95점으로 일반 집단(6.41점)보다 크게 낮았다.
도심 주거취약계층은 집단 간 소통에 관한 인식도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직장 동료 간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일반 집단의 경우 각각 91.7%, 70.3%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도심 주거취약계층은 각각 49.0%, 28.0%에 그쳐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다만 ‘이웃 간 소통’에 대해서는 도심 주거취약계층의 62.0%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해 일반 집단(43.5%)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웃을 신뢰한다’(90%)는 응답도 일반 집단(60.6%)보다 높았다.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상당히 높았지만, 이웃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경제적 빈곤이 점차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빈곤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실제 효과로 나타나는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며 “이들의 질병과 노후를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체 내 유대감을 통해 외로움과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부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과 공공주택 거주 지원 등 외부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사회통합실태조사의 부가조사로 수행된 이번 조사는 서울(영등포, 서울역, 동대문)과 부산(진구, 동구), 대구, 인천 등 쪽방촌이 있는 10개 지역의 만 19세 이상 쪽방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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