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더 내는 중장년층 “연금 사각지대 내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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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보험료 더 내는 중장년층 “연금 사각지대 내몰리나”
‘정부 개혁안’ 세대간 형평성 논란
50대, 보험료율 13% 도달시기 빨라
기업 부담 가중에 고용불안 우려도
지역가입자 “더 낸다면 납부 포기”
  • 입력 : 2024. 09.10(화) 18:34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인상하고, 세대별 인상 차등화 등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내놓은 가운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층과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받는 돈은 줄어 노후 보장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10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인구와 경제 상황에 따라 지급 연금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기금 소진 시점을 최대 2088년까지 연장하고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를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게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중장년층에겐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타 연령층보다 빠르게 13% 보험료율에 도달하게 돼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를 나와 보험료율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실제 연금개혁안은 50대(1966~1975년생)는 1%p씩, 40대는 0.5%포인트씩, 30대는 0.33%포인트씩, 20대(1996~2007년생)는 0.25%포인트씩 보험료율이 오르도록 차이를 뒀다. 13%까지 도달하는 데 50대는 4년, 20대는 16년이 걸린다. 지난해 기준 기준소득월액 평균은 286만원으로, 보험료율이 9%에서 13%까지 인상되면 25만7400원이던 보험료가 37만1800원으로 오른다.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보험액을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각각 6만7200원의 인상분을 부담하게 된다.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세대별 차등 적용은 들어본 적도 없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과 부담을 해소하고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후를 앞둔 중장년층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전 국민이 이해관계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27년 만의 개혁이라면 각계 각층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방안을 찾아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국민연금 납부가 어려운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한 50대 중장년층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50대 국민연금 가입자는 674만6238명이다. 가입 기간별로 보면 10년 이상∼20년 미만이 220만2975명, 20년 이상은 246만4465명이며 10년 미만 가입자는 207만8798명에 달한다. 전체 가입자의 30.8%가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나 납부예외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영업자 폐업률이 늘어가고 있는 등 영업 부진이 심각한 와중에 보험료율 인상 부담까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잡화점에서 만난 50대 이모씨는 “직장인처럼 정기 소득이 있거나 보험료를 회사와 반반씩 내는 것도 아니니 보험료가 인상되면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가뜩이나 벌이도 좋지 않은 상황에 혼자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면 국민연금 납부를 포기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주의 보험료 부담 가중으로 인한 중장년층의 고용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부 김영미(59)씨는 “지금은 직장 생활을 쉬고 있어 국민연금 납부를 중단한 상태다.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어도 국민연금을 납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들었지만, 지출 부담 등으로 인해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며 “중장년층만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른다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절반 부담해야 하니 40~50대 고용을 꺼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더 어려워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중선 국민연금 광주지역본부장은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 및 자동조정장치는 경제성장률·저출생·고령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안전장치이자 자녀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안이다”며 “보험료 부담이 높은 지역가입자 및 저소득층을 위한 논의와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제도’ 홍보를 강화하고 최소가입기간 미달 대상자를 선별해 안내문을 보내는 등 취약계층이 연금 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영세 사업장에 보험료를 지원해 주는 ‘두루누리 보험료 지원제도’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