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가며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9일 오후 2시 광주 북구 유동의 건설현장에서 한 작업자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다. 민현기 기자 |
정부가 폭염으로 인한 야외작업 도중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실외작업 중지 권고 기준을 정했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 기준치가 너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대표적 여름철 산업재해 중 하나로 꼽히는 온열질환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주의’단계에선 매시간 10분씩 휴식과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단축하거나 작업시간대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경고’단계에서는 무더위 시간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시간 15분 휴식과 옥외작업을 중지, 체감온도가 38도 이상 ‘위험’ 단계에선 긴급조치 등을 제외한 옥외작업을 무조건 중지를 권고했다.
이 같은 폭염 영향예보는 노동부 지방관서에 전달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중대재해 사이렌’, 건설공제회 근로자 전자카드 등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하지만 실제 작업현장에서는 정부나 기업의 이같은 권고성 대책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사기간에 민감한 건설사들에게 ‘법’이 아닌 ‘권고’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것이다.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가며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9일 오후 2시 광주 북구 유동의 건설현장에서 만난 작업자들은 뜨거운 햇살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이마에 흐르는 땀줄기들을 연신 닦고 있었다. 한 작업자가 도로 교통 정비를 위해 서 있던 바닥은 금세 땀방울로 젖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대기업 등 큰 규모의 공사현장은 안전팀에서 돌아다니면서 휴식이나 얼음물 등 권고사항대로 준수하는기도 하지만, 중·소규모 현장에서 결국 공사기간이 늘어날수록 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끝내기 위해 권고로는 지켜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폭염대책의 기준 온도가 높게 설정돼 오히려 폭염산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인정된 온열질환 산업재해에서 35도 이상의 환경에서 산재로 인정된 사례는 없었다.
31도 미만의 경우 10건(32.2%), 31도 이상 8건(25.8%), 33도 이상 13건(41.9%) 등 총 31건으로 조사됐지만 35도 이상은 0건이었다.
고용노동부의 폭염대책을 따를 경우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옥외작업 ‘중지’ 기준이 되는 것인데,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산재가 모두 35도 미만의 환경에서 일어난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외현장의 작업자들을 위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려면 권고 수준이 아닌 ‘법 제정’이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진영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은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도 형식적으로 얼음이나 생수 지급은 되고 있으나 규정대로 정확하게 준수되지 않는 실정이다”면서 “중소기업이 시공사로 나선 건설 현장이나 비교적 규모가 작고 열악한 현장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선 보여주기식 ‘권고’가 아닌 ‘법 제정’이 필수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