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초월한 융복합 아시아 예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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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시간과 공간 초월한 융복합 아시아 예술의 세계
‘ACC 미래상’ 김아영 첫 수상
시상전시 ‘딜리버리 댄서의 선’
30일부터 문화창조원 전시1관
미래의 가상도시 배경 스토리
소멸해가는 전통 시간관 주목
  • 입력 : 2024. 08.29(목) 16:58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1관에서 진행되는 ‘ACC 미래상 2024 김아영-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전의 모습. 도선인 기자
먼 미래 고립된 가상의 도시 노바리아에는 딜리버리 댄서가 있다. 이 곳은 과학기술을 통해 완벽하게 제어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고도로 발전된 질서를 유지하며 외부 세계와의 네트워크가 불필요한 세계다. 딜리벌리 댄서들은 이 시스템 안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첨단 배달 서비스를 수행한다. 어느날 한 딜리버리 댄서가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과거의 시간관이 담긴 유물을 배달하게 되면서 사회의 균열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들은 노바리아를 벗어나 더 넓은 우주,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29일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1관에서 진행하는 시상 특별전시 성격의 ‘ACC 미래상 2024 김아영-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오픈식을 열고 미래 예술의 세계를 선보였다. ‘ACC 미래상’은 혁신적인 미래가치와 가능성을 확장한 창조적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융·복합 예술분야 수상 제도다. ACC는 새로운 예술적 사고와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가 1인(팀)을 선정해 올해부터 격년제로 수상제도를 운영한다. 전시는 내년 2월 16일까지 이어진다.

‘ACC 미래상’ 첫 수상자로는 김아영 작가가 선정됐으며,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ACC의 제작지원을 통해 제작한 대규모 신작을 선보인다. 새롭게 선보이는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는 게임엔진 기반의 컴퓨터 그래픽 영상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으로 가로 길이 11미터의 대형 스크린 3개를 사용하는 3채널 영상 등 1560㎡ 규모의 복합1관을 가득 채우는 대규모 미디어 및 공간 설치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는 김 작가의 이전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가상 세계 속 서울을 질주하며 시간 지연 현상과 내비게이션의 미로에 빠졌던 두 주인공이 이번에는 새로운 가상 도시에 놓이게 되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과거의 시간관이 담긴 유물을 배달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시간관과 세계 사이를 오가는 사회의 충돌과 갈등을 파고드는 이야기다.

‘ACC 미래상’이 김 작가의 이번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대화와 제국주의, 전통과 토착, 역사와 미래로 연결되는 작가의 시간성과 근대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의 작업은 근대성의 충돌과 파괴를 이해하고, 비서구적 시각과 아시아의 미래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또 김 작가는 인공지능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를 다루는 방식을 새롭게 접근한다. 작가의 사변적 서사에서 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연산 결과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그려낸다. 전시에서는 오래된 역법의 기호들을 미래의 새로운 지표들로 재현하며 미래주의적 접근을 통해 관람객을 가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 작가는 이주, 자본주의, 국가 이데올로기와 같은 거시적 서사를 고고학, 미래주의, SF적 상상력을 더해 혼성적이며 중첩적인 사변적 서사로 재구성하는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를 포함해 국내외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으며, 최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특별 상영회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어워드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Golden Nica)’ 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영국 테이트 모던에 소장되는 등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4 ACC 미래상을 수상한 김아영 작가가 29일 열린 ‘딜리버리 댄서의 선’ 전시 오픈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이날 오픈식에 참여한 김아영 작가는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예술적 사고와 가능성을 주목하기 위해 제정된 ‘ACC 미래상’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돼 기쁘다. 수상 혜택으로 주어진 대규모 전시를 준비하면서 예술적 역량이 크게 성장됨을 느꼈다”며 “아시아 예술인으로서 아시아의 가치, 미래 비전, 역사적 자산 등에 주목하며 관심분야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김아영 작가가 비서구 문화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아시아와 인류보편의 미래가치를 탐구하고,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 삶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점이 ‘ACC 미래상’의 수상 취지와 맞닿아 있다”면서 “이번 전시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