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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만리장성
한규빈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8.26(월) 14:27
한규빈 취재2부 기자
만리장성(萬里長城).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흉노족과 몽골족 등 북방 유목 민족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성벽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소국들이 각기 장성 건설을 시작해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인 진나라 때 이들을 연결해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실제 성벽의 길이는 무려 6352㎞에 이르는데 중국에서는 장성으로 부르지만 영어로는 ‘Long Wall’이 아닌 ‘Great Wall’이라는 호칭을 써 엄청난 규모와 위용을 가늠케한다.

국내에서는 스포츠에서 중국 국적의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치면 만리장성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농구의 야오밍, 배구의 주팅, 쇼트트랙의 판커신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막내 구단인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에서 새로운 만리장성이 탄생할 조짐이 보인다. 2024 KOVO(한국배구연맹) 여자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선발한 미들 블로커 장 위가 그 주인공이다.

신장 197㎝, 스탠딩 리치(서서 손을 뻗었을 때 높이) 254㎝로 확실한 높이 강점을 지닌 장 위는 지난달 2일 입국 후 선수단에 합류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장소연 감독은 지난 18~22일 일본 가나가와 가와사키 타마가와 아레나에서 NEC 레드 로켓츠와 합동 훈련을 진행하며 장 위의 경기력을 집중 점검했다.

장 위는 NEC와 세 차례 연습경기에서 9세트를 모두 소화하며 공격으로 20점, 블로킹으로 4점, 서브로 1점을 생산하는 등 총 25득점을 올리면서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박사랑과 이원정, 박수빈 등 세터진을 고루 시험했음에도 다양한 공격 방식을 구사하며 확실한 기량을 선보이는 모습이었다.

장소연 감독은 물론 연습경기 상대인 NEC까지 장 위에게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장 감독은 전지훈련을 마치면서 장 위에 대해 “적응을 잘했고, 충분히 팀에 녹아들었다”고 호평했다.

NEC 부주장이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 일본 배구 국가대표팀 출신인 시마무라 하루요 역시 “위압감이 엄청났다. 블로킹 벽을 서면 공격할 때 괜히 주춤하거나 스파이크를 피해서 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V-리그인 만큼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탈꼴찌 도전에 큰 원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모습이었다. 바르바라 자비치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더욱 견고한 전력을 갖출 전망이다.

팬들도 곧 장 위의 위용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30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종합체육관)에서 오픈 트레이닝을 개최하고, 다음 달 29일에는 경남 통영에서 2024 KOVO컵 프로배구대회가 막을 올린다. 장 위가 팬들에게도 만리장성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