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쪽 난 광복절 경축식’… 국회의장·야당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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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두 쪽 난 광복절 경축식’… 국회의장·야당 불참
정부·독립운동단체 행사 ‘따로’
1965년 광복회 창설 이래 최초
우원식 의장 “헌법정신에 반해”
광복회장 “친일사관 뿌리 뽑아야”
  • 입력 : 2024. 08.15(목) 18:02
  •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뉴라이트’ 논란으로 광복절 기념식이 둘로 쪼개져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5일 제79주년 8·15 광복절 기념행사가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으로 각각 나뉘어 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부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부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광복회장,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다.

같은 시간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자체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했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따로 열린 것은 1965년 광복회가 창설된 이래 첫 사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유감스럽지만 국민께서 염려하고 광복회가 불참하는 광복절 경축식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 공식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 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 헌법정신 수호와 여야 간 중재,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역사적 책무 사이에서 깊이 고심했다”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대표로서 국민 대다수의 뜻, 나아가 헌법 정신에 반하며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경축식에 불참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박병석 전 의장이 2021년 해외 순방과 겹쳐 부득이하게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김형석 관장 임명에 반발해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를 비롯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 6당도 불참했다.

이날 독립운동단체연합의 별도 광복절 기념식에는 광복회원 등 450여명이 자리했다. 당초 350명을 초대했으나 정치인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오면서 참석자가 늘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도 앞 줄에 앉아 기념식을 지켜봤다.

앞서 광복회는 “경축식 불참 이유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정당·정치권 인사는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현장 참석을 막지는 않았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독립운동가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이것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며 “망령처럼 살아나는 친일사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기념사 이후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의 축사와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의 ‘1948년 건국절은 식민지배 합법화’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축사 중간 ‘윤석열 탄핵’, ‘대한독립 만세’ 등을 외치기도 했다.

야당 중 유일하게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준석 의원 등은 불참했다. 이준석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정부·여당 기조가 정상이 아니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