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원, "가해자 가족이 채무 상속 포기해도 변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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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원, "가해자 가족이 채무 상속 포기해도 변제해야"
  • 입력 : 2024. 08.13(화) 10:46
  •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대한법률구조공단 전경.
투자사기 피해자가 숨진 투자사기 가해자의 상속인을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변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1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박근정 판사는 투자 사기 피해자인 A씨가 사망한 투자 사기 가해자의 상속인인 C씨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C씨는 A씨에게 투자금 7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월 A씨는 B씨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고 온라인 영업 컨설팅 업무를 제공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후 79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했다.

계약 체결 당시 ‘온라인 쇼핑몰 영업 3개월간 순수익이 3000만원에 미달할 경우 7900만원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 실제 인수한 후 순수익이 3000만원에 미달함에 따라 같은해 5월 B씨는 A씨에게 7900만원을 반환한다는 약정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일 뒤 B씨가 사망함에 따라 배우자인 C씨와 자녀들이 상속인이 됐다.

A씨는 투자금을 반환받고 싶고, 같은 문제로 다수의 피해자들이 양산돼 단체 대화방도 개설했다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먼저 B씨를 피고로 투자금 79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B씨의 상속인인 배우자 C씨와 자녀들은 상속포기 신고를 하고 수리하는 심판이 내려졌다며 자신들은 투자금 반환에 대한 변제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공단은 B씨의 재산경위를 조회, 그 결과 부부의 경제적 공동체 내지 공동생활을 구성한 재산의 명의는 대체로 C씨였음을 확인했다. 또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통해 B씨의 사망 이후 B씨의 계좌에서 C씨의 계좌로 송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법원은 “C씨가 상속포기수리심판을 받았지만 상속 후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해 B씨가 약정한 투자반환금 79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순수익 보장 투자 약정과 같은 사기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제대로 된 피해회복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가 경제 공동체를 구성한 가족이 있다면 그 재무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상속재산의 처분, 부정소비 등 법정단순승인 사유가 없는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