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택배 노동자 목숨 겨눈 '총알'배송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취재수첩
취재수첩>택배 노동자 목숨 겨눈 '총알'배송
윤준명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8.05(월) 18:17
윤준명 취재 2부 기자.
“매일 들어오는 물량을 빠르게 처리하다 보면 배달원들은 본인 몸이 갈려 나가는 것도 체감하지 못해요.”

비대면 서비스의 성장으로 택배 노동자의 업무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플랫폼에서 ‘총알’, ‘로켓’ 등 빠른 배송을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는 택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택배 노동자들은 매일 13~4시간의 근무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폭염 등 극한의 날씨에도 업무를 멈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쏟아지는 물량을 제 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업무가 가중될 뿐만 아니라 각종 컴플레인이 접수돼 플랫폼 측으로부터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노동자는 이상기후가 안전을 위협하면 작업중지권을 사용해 근무를 멈추고 자신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시, 노동자가 산업재해 등의 급박한 위험을 느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사측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안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당연히’ 연차, 휴가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기본급이 없고 건당 700~1000원대의 페이가 지급되는 급여 구조상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들은 일터로 향해야만 한다.

극한의 노동환경과 과로에 택배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스러져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전 1시40분께 심야 배송 근로자 A씨가 트럭 안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전 7시께 제주시 애월읍의 모 물류센터에서 근로자 B씨는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전주안 택배노조 광주·전남지부 부 지부장은 “택배 배달원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노동법 제2·3조가 개정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오후 국회 임시회에서 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노동법 제2·3조 개정안)이 가결 처리됐다. 여당과 재계는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서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노동자들이 합당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정비와 개정이 이뤄져야만 한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