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황룡강 키워야 광주 ‘노잼도시’ 오명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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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황룡강 키워야 광주 ‘노잼도시’ 오명 벗는다
‘Y프로젝트’로 영산강 100리길 되살리자 <2>도심하천 잠재력
영산강·황룡강 전략 無… 관광객 외면
연결성 부족·단조로움·스토리 부재 등
세계적 도시, 하천 연계해 관광도시로
“마한 등 문화·신산업 연계 방안 필요”
  • 입력 : 2024. 07.10(수) 17:53
  • 최권범·김성수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10월 26일 광주시청 소회의실에서 영산강 100리길, Y-프로젝트 대시민 발표회를 갖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시가 내놓은 ‘영산강 100리길, Y프로젝트’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 광주 100년’을 만들어가겠다는 그랜드플랜이다. Y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이 숨 쉬고 매력과 활력이 넘치는 상생의 영산강 시대를 열어 3000만 도시이용 인구, 다양한 꿀잼도시로 광주를 변모시키겠다는 안이다. 영산강과 황룡강은 수질 문제 뿐 아니라 도심을 통과함에도 불구, 시민들로 부터 외면 받는 강으로 인식돼 왔다. 영산강과 황룡강의 무궁무진한 가치가 활용되지 못한 점은 광주를 노잼도시로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다양한 관광인프라 부족까지 겹쳐 광주를 찾는 관광여행 비율은 전국 최하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시가 Y프로젝트를 통해 영산강과 황룡강을 잇는 리버라인을 생태·문화·관광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은 늦은 감이 있지만 도시발전을 꾀하는 시급한 정책이다. 국내·외 많은 도시들이 도심하천을 지역특색에 맞게 매력적인 도심공간으로 활용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사례들이 많다. 프랑스 론강, 독일 이자르강, 오스트리아 리징강, 스페인 네르비온강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서울의 ‘한강 르네상스 2.0’을 꼽을 수 있으며, 울산 태화강·대구 금호강 프로젝트도 도심 공간으로 활용한 성공사례들이다.

세계적 도시들이 도심 하천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났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프랑스 론강의 콩플루앙스 지구 이색건물 1·2, 독일 뮌헨 이자르강 휴게공간, 스페인 빌바오 네르비온강의 강변 트램, 오스트리아 리징강 풍경, 울산시 태화강 국가정원 주변 시가지 전경. 광주시·울산시 제공
●영산강·황룡강 활용 서둘러야

광주시는 과거 영산강 활성화 방안을 여러 차례 모색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영산강·황룡강이 도심을 관통함에도 불구, 도심공간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광주의 ‘노잼 도시’라는 이미지는 관광인프라 부족 등의 다양한 요인도 있지만 영산강·황룡강이라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점도 한몫했다.

광주시가 지난해 발표한 ‘영산강·황룡강 권역 문화관광자원 시설 구축(Y프로젝트) 기본 구상 등 타당성조사 용역결과’에 따르면 광주 관광 횟수가 전국적으로 현저히 낮았다.

용역결과에 인용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0년 기준 국민여행·외래 관광객 조사 결과, 광주시는 17개 광역지자체 중 관광여행 횟수가 16위(총 146만5000건)에 그쳤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가운데 인천 701만2000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대전 249만5000건, 울산 249만2000건, 대구 233만5000건 순이다. 광주는 세종에 이은 최하위다. 광주는 전체 여행대비 관광여행 비율은 55%에 그쳤다. 나머지 45%는 여행의 주된 목적이 아닌 출장·업무, 단순 귀성이나 지인 방문이었다. 또한 서울·부산·대구 등에 20대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것에 비해 광주는 주요 관광객 연령은 50대였다.

광주가 관광·휴양 목적이 아닌 방문자에 대한 관광활동을 유도하고 20·30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타 지역대비 체류기간과 관광비용 지출은 높다고 조사됐다. 광주는 타 지역과 대비해 당일여행보다 숙박여행의 비중이 근소하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의 1회 평균 관광여행 일수는 1.67일로 제주(3.03일), 강원(1.89일), 부산(1.73일)에 이어 4번째다. 여행 경험자의 1회 평균 광주 관광여행 지출액은 11만2000원으로, 전국 평균 (11만9000원) 보다 낮으나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14만7000원) 다음으로 높은 지출액이다. 가장 많은 1회 평균 지출액은 제주(45만3000원)였다. 관광 인프라와 전략만 잘 세운다면 관광객 유치에 탄력이 예상되는 만큼, 영산강·황룡강을 잇는 Y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영산강·황룡강에 대한 접근성도 확대될 예정이어서 Y프로젝트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하천 육성 통해 ‘세계적 명성’

프랑스 리옹 콩플루앙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오스트리아 비엔나, 스페인 빌바오 등은 도심 강을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섰다.

프랑스 콩플루앙스는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된 론강이 도심을 가로질러 지중해로 유입된다. 콩플루앙스는 ‘블루플랜’이라는 도시발전 전략을 세웠다. 과거 역사유물과 산업공간이 공존하며 산업발전을 꾀했지만 20세기 말부터 쇠퇴하기 시작하자 리옹 콩플루앙스는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그 바탕엔 론강이 중심이 됐다. 콩플루앙스는 총 사업비 3조1000억 원을 들여 1995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콩플루앙스 계획은 △그랜드 리옹을 위한 도심 근린생활권의 창조 △버려진 창고지 등 재생 △공공교통 수단 이용을 통한 리옹반도 남쪽 확장 △론강 주변 경관미 강조 △매력적인 도시레저 제공 등 5가지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도 ‘이자르강 생태복원 사업’을 펼쳤다. 뮌헨은 홍수예방과 치수사업 등을 주요 목적으로 삼았다. 하천 본연의 친환경성을 회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뮌헨은 이자르강의 시민 접근성과 도심 특징을 고려한 생태·친수 공간을 최대한 배치해 시민들이 도심 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등 사랑받는 강으로 변신했다. 뮌헨의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은 1995년 착수됐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리징강 복원 프로젝트’ 역시 재자연화가 목표였다. 리징강 중류는 과거 산업단지가 집적된 곳으로 악화된 수질 개선과 수생태계 복원이 관건이었다. 비엔나는 2006년 복원사업을 본격화했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고 친환경호안 설치, 저수로를 자연형 사행 하천으로 조성했다. 리징강의 재자연화가 이뤄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 역시 네르비온강과 연계된 문화중심형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1980년대 탈산업화를 통해 빌바오를 문화·예술 도시로 재생시켰다. 네르비온강 주변엔 구겐하임 미술관 등 문화시설 유치를 통해 지역을 재창출하고 교량·보행로·공공시설물·공원 등의 수변공간과 주변 지역의 통합 디자인을 꾀했다.

국내에서도 하천을 도심 랜드마크로 활용한 사례도 많다. 울산시는 산업화 중심에 있었던 태화강의 수질개선과 환경복원을 이룩했고, 2004년에는 태화강 국가정원 사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 모았다. 대구시도 5400억 원을 들여 금호강 르네상스사업을 추진 중이며, 서울시도 ‘한강 르네상스 2.0’ 사업 일환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 이동이 편리한 한강, 매력이 가득한 한강, 활력이 더하는 한강 등 4대 핵심전략을 실현시키고 있다.



●영산강·황룡강 잠재력 깨워야

영산강과 황룡강은 역사·스토리의 보고다. 영산강은 2023년 기준 지정문화재 등록건수는 총 98건이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15건, 시도지정문화재는 83건으로 파악된다. 영산강은 고대 문명인 마한의 본류로 신창동 유적 등의 문화자원이 산재하다. 마한과 연계된 마한유적체험관도 2022년 개관됐다. 황룡강 역시 월봉서원, 어등산 의병 적전지, 황룡강 장록습지, 송산공원, 박용철 시인 등의 문화자원이 풍부하다.

풍부한 문화자원을 보유하고도 광주시는 도심과 연계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다. 영산강·황룡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낮은 수질, 연결성 부족, 단조로운 수변시설, 스토리 부재 등으로 외면 받았다.

영산강은 광주·전남 인구의 60%가 생활권으로 삼고 있다. 영산강 권역 8개 시·군의 총생산액만 광주·전남 전체의 50%에 달한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그린 산단과 미래차 산단, 광주 연구개발 특구 등 영산강을 접하는 시·군과의 협력 사업을 통해 영산강을 중심으로 광주전남의 새로운 산업 축 형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부지 주변도 영산강과 황룡강이 만나는 풍부한 합류지로 군 공항 이전에 따른 핵심자원으로 삼는 대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영산강은 새로운 고대문명이 태동한 곳이다. 마한 문명 때부터 일본과 중국을 잇는 아시아권 교류의 통로였고, 오늘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성장한 역사의 큰 물줄기나 다름없다.

마한의 숨겨진 이야기와 광주의 풍부한 문화, 예술자원과 연계해 브랜드화만 된다면 광주는 역사·관광도시로 전화하는 새로운 ‘영산강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권범·김성수 기자
최권범·김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