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모>전남 의대 설립, 숨을 고르고 함께 나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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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상모>전남 의대 설립, 숨을 고르고 함께 나아갈 때
김상모 전국이통장연합회 전남지부장
  • 입력 : 2024. 07.09(화) 18:17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호흡이다. 호흡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기 전 잠시 숨을 멈추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대부분 중요한 그 순간을 간과하는데,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출신 애리조나 의과대학 앤드류 웨일 박사가 대중화 시킨 ‘4-7-8 호흡법’이다. 4초간 숨을 마시고 7초간 숨을 참았다가 8초 동안 숨을 내뱉는 방법이다. 이 호흡법은 폐에 많은 산소를 공급해 스트레스를 대폭 줄여주고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서 숨을 참는 ‘멈춤’의 순간이 중요하다. 멈춤은 단순히 정지된 시간이 아니다. 깊이 들이마신 숨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는 최대한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는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기다.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호흡의 ‘숨 고르기’ 과정이 필요하다.

전라남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어 얼마나 설움을 겪어야만 했던가. 심지어 우리보다 인구가 적은 전북, 충북, 강원도에도 여러 개 있는 의과대학이 전남에만 없다. 이로인해 골든타임 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해마다 300여 명의 도민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 도민들은 의대가 없어 다른 지역민들이 보장받고 있는 헌법상 권리인 ‘생명권’ 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30년 넘게 전남도와 시군, 대학, 정치권 등 도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정부에 전라남도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지난 겨울, 매서운 한파 속에서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500여 명의 전남도민과 향우들이 의대 신설을 울부짖은 것도 그 뜨거운 열망과 염원을 보여주는 한 예였다.

이제 전라남도는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전남도에서 대학을 정해서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30년 만에 확답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정부 요청에 따라 의대를 신설할 대학을 추천하기 위한 전남도 공모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앙부처에 공모를 맡기면 좋겠지만, 지난 30년 동안의 상황을 봤을 때 성사 되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봐도 알 일이다. 만에 하나 정부가 대학을 선정한다하더라도 의대가 설립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어떠한 혜택도 기대하기 어려워 지역민의 상실감은 더욱 클 것이다.

솔직히 지금 공모 방식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가? 특정 지역의 주장대로 전남도가 대학을 선정해 추천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요청을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봐도 전남도가 공모 방식으로 한 대학을 선정해 정부에 추천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간의 의대 유치를 위한 노력과 준비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전남도 공모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멈춤’의 시기가 필요하다. 이제 도민과 정치권, 대학, 전문가들이 함께 뜻을 모아 정부에 힘차게 결과물을 내놓을 차례다.

전남도 국립 의대 설립은 지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3차 병원이 없어 죽어가던 전남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산소 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전체 도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지역 의료체계를 완성하는 중요한 사령탑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잠시 ‘4-7-8호흡법’을 해보자. 깊이 숨을 들이마셔 ‘호흡 멈춤’의 순간을 느껴보자. 이완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영원히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르는데, 진정으로 전남 도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일까? 특정 지역의 주장처럼 전남도 공모에 응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30여년 간 받아들여지지 않은 방식으로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최선의 답은 하나뿐이다. 양 대학과 양 지역이 공론의 장에 나와 전체 도민과 후손을 위한 튼튼한 ‘산소 호흡기’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