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新극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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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新극우시대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7.09(화) 17:15
“민주주의는 유대인의 음모다. 아리아인처럼 위대한 민족에게 평등 같은 것은 필요 없는데, 유대인들이 자꾸 민주주의나 평등 같은 쓸데없는 사상을 퍼뜨려 아리아인을 쇠퇴시키려 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인 ‘나의 투쟁’의 일부다.

히틀러는 1923년 뮌헨 폭동 실패 뒤 교도소에서 ‘나의 투쟁‘을 출간했다. 책은 히틀러가 반유대주의자가 된 과정을 묘사하며 그의 정치 사상 및 미래 독일을 위한 계획의 윤곽을 보여 준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을 통해 철저한 반유대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는 극우주의를 대표한다. 히틀러는 1차 세계대전 후 큰 국난에 처한 자국의 경제를 일으키겠다며 대중을 동원한 대표적인 선동가였지만 그의 혁명은 실패로 끝났다. 극우주의는 역사적으로 히틀러가 보여준 반유대주의 뿐아니라 보호무역주의, 이슬람 혐오, 반이민 정서 등이 속하다.

최근 극우주의가 유럽을 강타했다. 각종 선거에서 극우정당의 선전이 눈에 띈다. 히틀러식 폭력과 인종청소 같은 과격한 극단적 성향은 아니지만 애국주의나 권위주의, 인종주의 등은 극우의 속성 그대로다.

유럽은 ‘반(反)이민’ 정서가 극에 달하면서 유럽 우파 정당의 영향력이 커졌다. 지난 2022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13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한 네덜란드에서도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등극했다.

그나마 영국과 프랑스에서 좌파의 승리로 극우 바람이 견제되는 분위기다. 영국에서 보수당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론으로 14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어 프랑스 총선 결선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좌파 연합이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을 강타한 극우열풍은 지난 2018년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최근 극우 정당의 세력화가 이뤄지면서다. 유럽 주요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참여하는 유럽의회 내 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소속된 12개국 정당 대표는 지난해 말 이탈리아 피렌체에 모여 EU의 관료주의, 이민자 정책 등을 앞세워 EU 지도부에 날을 세우며 네트워크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물가, 난민 유입에 따른 혼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비용 상승 등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참혹했던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이탈리아와 흡사한 면이 없지 않다. 유럽을 강타한 극심한 경제난과 사회적 혼란이 ‘신(新) 극우시대’를 불러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