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그대론데 용량 줄어”…‘꼼수인상’에 소비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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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가격 그대론데 용량 줄어”…‘꼼수인상’에 소비자 분통
소비자원, 가공식품 등 33개 적발
5.7%~27.3% 줄여 가격 인상 효과
8월부터 소비자 공지 위반 과태료
홈페이지 게시 가능해 실효성 논란
  • 입력 : 2024. 06.18(화) 17:56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고물가 속에 가격은 올리지 않고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상품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18일 광주 서구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고물가 속에 가격은 올리지 않고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상품이 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가격 대비 용량이 줄어든 ‘슈링크플레이션’ 상품 33개를 적발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존 제품과 가격은 동일하지만 크기와 중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용량이 변경된 상품은 국내산 15개, 수입산 18개이며 품목별로 보면 가공식품 32개, 생활용품 1개다. 이들 상품은 최소 5.7%에서 최대 27.3%까지 용량이 줄었다.

A사 치킨너겟의 경우 올해 1월 기존 540g에서 420g으로 용량이 22.2% 줄었다. 1인 기준 한 번에 100~150g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상품의 용량이 줄어들며 소비자의 ‘한 끼 식사’가 날아간 셈이다. A사는 닭고기 원가 인상으로 인해 양을 줄이고 출고 가격을 내렸으며 양과 가격 변경에 대해 홈페이지 등에 미리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나 홈페이지까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에게 해당 공지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광주 서구의 한 마트에서 만난 김모(71·여)씨는 “과자 같은 경우 예전과 달리 양이 많이 줄어 체감은 하고 있었지만 다른 식품에 대해서는 몰랐다”며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고령자는 제품 용량이 줄어도 알 수 없으니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가격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을 줄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기존에 구매하던 상품을 믿고 구매하면 결과적으로 부족한 용량 때문에 피해를 보는 꼴”이라며 “용량이 줄어든 걸 알았다면 가격과 용량을 비교해 보고 비슷한 다른 상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소비자 모르게 양을 줄이는 것은 명백하게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일반 소비자도 알 수 있도록 공지 방식을 바꿨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의 ‘꼼수 인상’을 막기 위해 오는 8월3일부터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품 용량을 줄였을 때 △포장 등 표시 △제조사 홈페이지 게시 △제품 판매 장소(온라인 포함) 공지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해 용량 등이 변경된 날부터 3개월 이상 소비자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1차 500만원, 2차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기업이 ‘홈페이지 게시’를 선택할 경우 소비자가 알 방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 용량 조절을 알리기만 하면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고 소비자 몰래 용량을 조절했다가 적발돼도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만 지불하면 된다.

이에 소비자들이 용량 변경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포장지나 제품 판매 장소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용량 변경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공지 방식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며 “홈페이지까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를 위해 포장지에 의무적으로 용량이 줄었다고 표시하거나 소비자들이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마트 등의 판매처에서 공지하는 것이 슈링크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