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길 열풍에 앞다퉈 조성…안전·실효성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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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맨발길 열풍에 앞다퉈 조성…안전·실효성은 '물음표'
광산·서구 행정동 숫자보다도↑
조명시설·관리기준 등 부족해
날림 조성에 불편호소 시민도
"당뇨·고령층은 이용 주의해야"
  • 입력 : 2024. 06.17(월) 18:46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광주 서구 유촌동 상무4-1근린공원에 위치한 맨발길에 별도의 조명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부상이 우려됐다. 윤준명 기자
중장년 층을 중심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번지자 광주 지역 지자체들이 맨발길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이지만 맨발길의 실효성과 조성 후 관리 미흡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지역에만 올해 5월 기준 51개의 맨발길이 조성됐으며 26개가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광산구와 서구의 경우 조성 예정 포함 맨발길의 숫자가 각각 32개, 27개로 각 자치구의 행정동 숫자를 상회할 정도며 남구 9개, 동구 5개, 북구 4개다.

이같이 광주 내 자치구에서 맨발길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정작 안전한 맨발 걷기를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이용자는 “퇴근 후 늦은 시간 맨발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불안하다”며 “구청에 조명설치 관련 민원을 넣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맨발길과 이용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안전한 맨발길 조성을 위한 시설은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맨발길의 명확한 관리 기준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맨발길을 이용한다는 이모(66)씨는 “신발장과 캐비넷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맨발길도 많다”며 “개인 소지품을 출발점 근처에 두고 맨발 걷기를 즐기는데 도난과 분실의 위험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맨발길에 반려견을 데리고 걷는 사람들도 많아 불편하다. 반려견의 입마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맨발길에 대소변을 보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며 “맨발길 이용과 관리에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주 일대의 맨발길을 돌아본 결과 다수의 맨발길에서 조명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치구에 따라 반려견 출입을 허용·금지하는 곳이 나뉘고 물품 보관대 등이 배치되지 않은 등 관리 기준도 미비한 상황이다.

일부 맨발길은 이용자들이 ‘황토탕’을 만든다며 일반 흙길에 물을 부어놓거나 발을 닦은 수건과 휴지가 방치돼 공원 미관이 해쳐진 경우도 있었다.

16일 오후 광주 서구 유촌동 상무4-1근린공원에 위치한 맨발길과 통행로가 분리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보도블록 위를 맨발로 걷고 있다. 윤준명 기자
맨발길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은 산책·통행로가 분리되지 않은 맨발길 운영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소모(53)씨는 “맨발길이 산책·통행로와 분리되지 않은 곳들도 있어 산책 중 길을 잘못 들었다가 맨발길 이용자의 호통을 들은 적도 있다”며 “지자체는 단순 개수 늘리기에 열중할 것이 아니라 맨발길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모(25)씨는 “일부 주민의 요구에 전혀 특색 없는 맨발길이 동네별로 난립해 세금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반 산책로는 재정비가 거의 필요치 않고 사계절 이용할 수 있지만 맨발길은 계속해서 흙을 보충해야 하고 이용 계절이 한정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찍어내기 식으로 맨발길을 만들어내서는 안된다. 지자체별로 차별화된 맨발길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이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에는 맨발길 설치와 편의시설 부족 등에 대한 주민 불편 사항 접수가 증가하고 있다.

광주의 한 구청 관계자는 “맨발길 설치 요구 민원이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맨발길 간 거리 등을 충분히 고려해 동네별로 적절하게 맨발길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산책로를 최대한 활용해 맨발길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아 조명 등 시설 미비에 대한 불편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경과를 지켜보고 민원 사항을 최대한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토탕, 반려견 출입 등 이용자 간의 의견 충돌도 다수 발생해 구 차원에서 적극 안내·단속하고 계도 조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맨발 걷기가 일반 걷기운동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는 의학효과가 없고 일부 이용자에게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음에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서재호 서울성모마취통증의학과의원 부원장은 “맨발 걷기의 효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접지 효과는 과학적 근거도 매우 부족하고 아직 학계에서 인정받는 의견이 아니다”며 “맨발 걷기의 효과는 바른 자세로 걷기 운동만 꾸준히 해도 대부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맨발 걷기의 위험한 점은 피부가 직접 노출된다는 것이다. 발바닥에 상처가 나거나 바닥의 다양한 오염물질로 인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면역력과 회복력이 부족한 당뇨·암환자들은 맨발 걷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고령층의 노인도 주의가 필요하다. 맨발 걷기를 하더라도 효과를 맹신하지 않고 위험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권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