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지역상품권 가맹 규제를 연 매출 30억원 이하 업체로 변경하면서 전남 하나로마트 343곳 중 지역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은 단 한곳도 없다. |
주민들은 하나로마트 외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시설이 거의 없는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 탓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도입된 지역사랑상품권(지역상품권)은 지자체가 발행한 지류·카드형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해 지역 내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지원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가 지역상품권 발행지원 사업 종합지침을 개정해 사용처를 기존 중소기업에서 법인 전체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업체로 제한하면서 농협 하나로마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로마트 자체 매출액이 아닌 예금·적금 등 해당 농협의 금융사업을 포함한 연 매출액이 적용돼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역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전남 22개 시군 농협 하나로마트 판매장은 총 343곳이지만, 행안부의 변경된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지역상품권을 쓸 수 있는 매장은 한 곳도 없다.
농협 하나로마트, 주유소 등에서 지역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지역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장흥군 장동면 전순례씨는 “지역상품권을 1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사용해 가계 생활비 절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가맹점 등록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수긍하지만 농촌지역 주민들이 생필품과 농자재 등을 주로 구매하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제외됨에 따라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지역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땅한 판매시설이 없는 농촌 지역 실정에 맞게 지역상품권 사용 가맹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담양군 담양읍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김봉곤씨는 “바쁜 영농철 간식, 농자재 등을 지역상품권으로 가까운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하고 농기계용 면세유도 농협주유소에서 주유해 비용이 절약됐으나 이제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생활하는 곳 주변에 생필품과 농자재 등을 구입할 곳이 거의 없는 농촌 현실을 반영해 지역상품권 가맹점을 각 읍·면지역 실정에 맞게 확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상품권 주관부처인 행안부가 지역균형 발전이나 인구소멸 대책의 일환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하나로마트는 농민들이 출자해 만든 농협이 운영하는 곳이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 수익이 발생하면 농민들에게 여러 환원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지역상품권 가맹점을 일률적으로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결정이다. 농협만의 특수성을 감안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당장 규제를 완화할 수는 없지만 미흡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농협 하나로마트, 주유소 등에 지역상품권 사용 규제를 완화할 경우 유통 체인점인 편의점까지 허용하자는 논리로 번질 우려가 있어 규제 완화는 어렵다”며 “민원 창구를 통해 지속적인 여론 수렴으로 지역상품권의 미흡한 부분을 수정·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