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찰·소방에 도착한 꽃게 선물…"마음만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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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경찰·소방에 도착한 꽃게 선물…"마음만 받을게요"
익명 시민, 경찰·복지관 등 280여곳에 기부
경찰, 공무원강령 따라 반환…"감사 전해"
  • 입력 : 2024. 04.08(월) 18:29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지난 6일 익명의 한 시민이 광주 지역 경찰·소방서 등에 전달한 꽃게와 편지.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익명의 시민이 광주 지역 경찰·소방서, 복지관 등 280여곳에 ‘꽃게’를 선물해 지역 사회에 훈훈함을 자아냈다. 다만, 관련법상 공무원은 기부금품을 받지 못해 당국은 반환 또는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받기로 결정했다.

8일 광주경찰,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관내 지구대·파출소 24곳과 관내 소방안전센터 15곳에 2㎏ 꽃게 상자와 감사 편지가 배달됐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퀵 배송을 통해 기부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에는 “광주에서 사업하고 있는 작은 사업체다. 저희 고객들이 고생하는 소방관과 경찰관들께 작지만 마음을 담아 활암꽃게를 준비했다”며 “맛있게 드시고 힘내시길 바란다.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일 아침에 선물과 편지를 발견한 염주119안전센터 한 소방대원은 “아침에 출입문을 열어보니 박스가 있어 놀랐다”며 “자세히 보니 박스 위에 감사 편지가 올려져 있어서 기부품인 것을 알게 됐고 감사 편지를 읽고 난 뒤 소방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익명의 천사’는 소방·경찰서뿐만 아니라 관내 병원과 복지시설 등 총 280곳에 꽃게를 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기부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기부금품법 등에 의해 행정 목적이 아닌 위문품 성격의 기부금품은 수수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기부자를 수소문해 찾아낸 경찰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 반환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관서 24곳 중 5곳은 즉시 반환했고, 나머지 19곳의 기부품은 오늘 모두 수거했다”며 “수거한 꽃게는 업체를 직접 방문해 이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모두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도 일단 해당 물품을 냉동 보관하고,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결과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꽃게가 배달된 기관을 자치구별로 파악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며 “내일까지 기부심사위원회에 신고해 심의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