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현 기자 |
대안은 없었다. 의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급격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장기화 된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사과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작금의 사태를 의사들의 잘못으로 끌고갔다. 모든 사안을 결정하고 강행한 것은 정부의 선택이었지만 되레 “합당·통일된 안을 가져오라”고 의료계를 다그쳤다.
의료계 문제로 인한 대국민 담화를 준비했다면 최소한 이 혼란 상황을 풀 구상을 들고 왔어야 했다. 오죽하면 담화 후 국민의힘 쪽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보면서 멸종을 예감하는 공룡들의 심정”이라는 이야기까지 했을까. 정부는 긍정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반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박단 전공의 대표와의 만남도 그렇다. 윤 대통령은 “의과대학 증원에 타협은 없다”고 담화 발표한 뒤 이튿날 전공의 즉석 만남을 제안했다. 하루 아침에 바뀐 정부의 태도에 의료계는 적잖이 혼란스러워 했다.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지난 4일 급박하게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의료계 내부에서 질타를 받았다. 독단으로 ‘밀실 협의’를 시도한 뒤 빈손으로 돌아와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단 비대위장으로서는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의정대치의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제안 거부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는 국민 여론에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만일 이것 또한 정부 계산에 있던 것이라면 가히 놀랄 일이다. 일부 의사들은 이번 일을 두고 “정부가 의사들을 총선 정치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의-정 양측은 이제 의료 공백 사태를 풀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의료계는 많은 업무로 과로를 토로하고 있다. 지역민들 또한 길어지는 의료 공백에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모든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의료대란 문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