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의 모습
사진 출처: 에두아르드 코르니옌코 |
이 중에 2002년 10월 23~26일 모스크바에서는 모브사르 바라예프가 이끄는 무장 무장단체가 두브로브카 극장 센터 건물에서 뮤지컬 노르드-오스트(Норд-Ост)의 관객 912명을 인질로 잡았다. 건물 폭발과 인명 피해의 위협으로 인해 러시아 특공대는 10월 26일 인질 구출을 위해 강제 작전을 감행했다. 이 테러로 인질 130명이 사망했다. 모든 무장세력(바라예프를 포함한 남성 21명, 여성 19명)이 사망했다.
또한 2004년 9월 1일에는 베슬란(북오세티야-알라니야)에서 루슬란 후치바로프가 이끄는 무장세력이 학교의 1,100명 이상의 학생과 그들의 친척, 교사를 체포했다. 테러 공격의 희생자는 어린이 186명, 교사 및 교직원 17명, 러시아 연방보안국 직원 10명, 비상부 직원 2명 등 334명이었다.
2024년 3월 23일 이번 테러 공격에 가담한 총 11명이 구금되었다. 구금된 사람 중에는 테러 공격에 직접 가담한 사람 4명이 있었다. 이들 4명은 모두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출신이었다. 그들 중에는 러시아에 일하기 위해 와서 3개월 임시 등록을 했는데 이미 만료되었거나, 불법 체류로 러시아에서 추방되었다가 다시 러시아에 입국하여 이주 등록 없이 법을 위반하여 거주하고 있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공장이나 이발소에서 일했다. 이들은 이번 테러 사건의 대가로 500,000루블(한화 약 722만 원)을 약속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으며, 이미 테러 사건 전 2024년 3월 7일에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을 사전 답사한 자도 있었다. 나이는 19세, 25세, 30세, 32세 등으로 교육 수준이 높지 않으며 러시아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 자들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테러 공격에 대해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테러 후원자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공연장과 홀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기관총으로 쏘았다. 이후 도주 중 브랸스크 지역에서 체포되는 동안 무장 저항을 펼치기도 했다. 체포 과정에서 그들 중에는 귀 일부를 잃기도 했으며, 눈 부상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3월 25일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번 테러 공격이 급진 이슬람주의자에 의해 자행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후원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있다. 독실한 무슬림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왜 라마단 성월에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리고 왜 그들이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우크라이나로 피신하려 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이로부터 혜택을 받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테러 공격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의 손에 의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일련의 시도 전체의 연결고리일 뿐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테러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정권이 아직 모두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국민에게 보여 주고 우크라이나가 젊은 남성을 추가 징집하려는 것이 히틀러 청년단 창설과 유사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테러의 공범자나 테러 후원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의문점이 많다고 말했다.
첫째, 문제는 이번 테러 사건에서 배후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 간에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은 이번 테러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용의자 배후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총격 테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하는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비극이 발생하자 전 세계는 애도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3월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유엔 사무총장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비난하고 희생자 가족, 국민, 러시아 연방 정부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처음으로 연대를 표명한 러시아 동맹국과 파트너에 이어 서방도 침묵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이번 테러 공격을 규탄하고 ISIS-K(이슬람 국가 호라산)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근처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았으며, 테러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게 있다고 했다. 유럽 연합에서도 테러를 규탄하면서도 IS가 테러 공격에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과 동맹국의 입장은 러시아에 대한 테러 공격에 대해 강력한 비난은 필요하지만, 우크라이나와는 무관하다는 두 가지 핵심 논점을 형성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서방에서는 테러 공격을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의 구실이나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러시아에 경고했다.
이에 대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 공격의 ‘이슬람 위의 우크라이나 흔적’을 지적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 공격의 가해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향했으며 예비 정보에 따르면 그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에서 국경을 넘기 위한 창구가 준비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서방 정보기관도 비극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발언이었다.
러시아 이즈베스티야 신문은 “중요한 정보기관이 이런 종류의 테러 공격을 수행할 신병을 모집하여 우크라이나에 임대할 수 있다. 카티바 타우히드 발-지하드(Katiba Tawhid wal-Jihad)와 히지브 우트-타흐리르 알-이슬라미(Hizb ut-Tahrir al-Islami)가 러시아에 있는 중앙아시아 공화국 시민을 지하 테러 조직에 참여시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두 조직은 모두 러시아에서 국제 테러 조직으로 금지되어 있다. 종교학자이며 역사학자인 로만 실란티예프는 우크라이나의 특수 기관이 급진 이슬람 테러 조직 중 하나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 범죄에 우크라이나인의 흔적이 없으며 IS가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테러 이후 대국민 담화 등에서 IS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서방에서는 테러 공격의 배후가 IS라고 하지만, 러시아 정부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개입을 숨기기 위해 서방이 IS를 비난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둘째, 그렇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배후설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미 2022년 러시아 해외정보국은 미국이 IS 용병을 우크라이나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타스통신 세르게이 이바노프는 “2022년 4월 미국 정보국의 도움을 받아 20~25세의 IS 무장세력 약 60명이 시리아 쿠르드족이 관리하는 감옥에서 석방됐다. 이들은 훈련을 위해 요르단 및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근처의 미군 기지 알 탄프(Al-Tanf) 지역으로 파견된 후 무장세력은 우크라이나로 이송될 것이다. 부서는 최대 500명의 지하디스트가 그곳에서 동시에 훈련을 받고 있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군인에 대한 방해 행위와 테러 행위를 목표로 카프카스와 중앙아시아 사람들로 특별 파견대가 구성되었다. 미국이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 테러 단체를 후원할 준비도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2023년 2월 16일 인도 언론 매체인 힌두스탄 타임즈는 IS가 우크라이나 군대에 개입했다는 충격적인 증거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부대 사령관의 소매와 조끼, 헬멧에 여러 개의 군용 패치(부착물)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테러리스트 그룹 IS의 로고와 유사한 패치였다고 언급했다. 이 패치가 우크라이나 군대와 IS 사이의 관계를 암시한다고 말한 것이다. 2023년 덴마크 TV 채널 DRTV도 우크라이나 군인의 어깨에 IS 깃발이 달린 검은색 패치를 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2022년 3월 스푸트니크 아랍어(Sputnik Arabic) 통신사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수백 명의 알카에다와 IS 대원이 우크라이나로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렘린궁의 특수 군사작전에 따라 전 세계적인 지원을 호소하자 전 세계의 외국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편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셋째, IS가 이번 테러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러를 인정한 이 이슬람 단체의 공식 성명 양식의 형식이 달라 보였고 IS 전성기 동안 칼리프의 비밀 언론 서비스 역할을 했던 아마크(Amaq) 통신 기관을 통해서 전송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IS들이 공격했다는 내용의 아랍어와 영어 메시지 이미지가 등장해 가짜와 매우 흡사하며 메시지의 출처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는 원본이 IS의 텔레그램 계정에 등장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 메신저에는 그러한 계정이 없으며 단일 언론 매체에서도 원본 메시지가 포함된 특정 게시물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넷째, 미국 정부는 러시아 테러 발생 전 이슬람국가 IS의 공격 가능성을 러시아 정부에 알렸다고 밝혔다고 했으나 내용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3월 8일부터 10일까지 모스크바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 공격에 관해 미국 시민들에게 발령한 경고를 별도로 지적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로커스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이 있는 정보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국무부와 주재 미국 대사관이 모스크바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단지 안전을 위해 대규모 모임, 콘서트, 쇼핑몰 등을 피하라는 통지문을 발행했다는 것이었다.
다섯째, 테러 사건 한 시간 후, 러시아에서 금지된 IS가 크로커스 시티홀에 대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정보를 미국이 자체 정보를 바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측은 이 메시지는 확인되고 조사되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일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정부와 언론은 이 정보를 퍼뜨리고 있으며 게다가 그들은 계속해서 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러시아가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누가 테러를 지시했는지 비대칭 전쟁 차원에서 이번 테러 공격이 이루어졌는지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특히 크로커스 공격 이후 범죄자들이 우크라이나로 탈출을 시도한 이유와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어떻게 무장한 총잡이들을 태운 밴이 모스크바의 주요 극장까지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따라서 서방이 러시아에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테러 공격 배후자 등에 대해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크로커스에서 총격을 가한 배후가 누구입니까?” 라는 브즈글야트(Vzglyad) 신문의 설문 조사에서 2024년 3월 26일 기준 약 90% 정도의 러시아 국민은 테러 배후가 우크라이나 특수 기관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앞으로 테러 공격의 주범에 대한 문제는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테러 배후에 대한 러시아 조사가 진행 중이니 국제사회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