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일주이슈 120-3>“두쪽 갈려 헐뜯고 비방하고… 민주당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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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전남일보]일주이슈 120-3>“두쪽 갈려 헐뜯고 비방하고… 민주당에 실망”
● 총선 D-30… 민심 들어보니
공천 잡음·내홍에 지역민 쓴소리
“조국혁신당 정권심판론 공감대”
“정치에 관심 끊어” 무당층 늘어
  • 입력 : 2024. 03.10(일) 17:56
  •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호남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지역민들은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갈등을 지켜보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지는 고물가와 고금리 등 경제난은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최근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만난 유희순(64·여)씨는 ‘현재 총선 민심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먼저 내쉰 뒤 “민주당은 지금 두 쪽으로 갈라진 상황으로 볼 수 있어 어쩔런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불공정 공천 논란에다 현역 하위 평가에 반발한 의원들의 탈당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친명 횡재, 비명 횡사’와 같은 신조어까지 나오는 등 총선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유씨는 “지지하던 지역구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민주당 의원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솔직한 마음으론 민주당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어렵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정모(53)씨는 “민주당 광주 경선을 보면서 자기네들끼리 밥그릇을 차지하겠다고 같은 당 후보를 헐뜯고 공격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같은 편끼리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되도 똑같은 행동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민주당 예비후보들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공천 갈등에 크게 실망해 다른 당으로 눈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택시기사 임균택(52)씨는 “여태까지 매번 실망했지만 ‘그래도 민주당’ 하면서 투표해 왔는데 이제는 진짜 모르겠다”며 “이낙연의 새로운미래는 그저 본인의 정치생명 연장에 불과한 것 같아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고, 정권 심판에 있어서는 요즘 조국혁신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 민주당도 위기감을 느끼는지 최근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랑 만나서 공생하자는 말도 하는 것 같던데, 지금으로선 조국혁신당을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어느 정당도 응원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은 젊은 층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극심한 경제난으로 서민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오창현(24)씨는 “정부의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는 총선이 ‘의사 총파업’, ‘민주당 내분’ 같은 이슈들에 묻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결국 국민들의 눈을 이런 이슈들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거대양당 모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당장 몇 명을 공천하느냐를 떠나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는 당이 없다는 것이 정치를 향한 관심을 반감시키는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김한나(41·여)씨도 “이미 정치에 관심을 끊은 지 오래”라면서 “서민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선거철만 되면 서민들의 일꾼인 척하는데 질렸다. 어차피 총선 또한 기득권들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지 않나. 오히려 우리나라 정치에 국민들이 대체 뭘 기대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서구 쌍촌동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9·여)씨는 “물가는 치솟기만 하고, 장사는 너무 안돼 힘들기만 한데 정치며, 총선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 “다들 말로는 민생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신뢰할 수가 없다. 결국은 자기네들 이익 챙기기를 위한 모습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푸념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