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 창·최영태>전남대 글로컬대학 선정 탈락·배경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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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교육의 창·최영태>전남대 글로컬대학 선정 탈락·배경과 대안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 입력 : 2024. 01.14(일) 14:34
최영태 명예교수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지방대 육성 방안의 하나로 5년 동안 1000억원을 지원하는 10개의 글로컬대학을 선정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전북대와 순천대가 선정됐다. 정부의 글로컬 대학 선정 발표 후 광주·전남 여론은 선정대학에 대한 관심보다는 전남대가 탈락한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전남대는 우리 지역의 거점 대학이었고 예비 선정에도 포함된 대학이었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 구성원은 물론이요 지역민의 실망과 충격은 매우 컸다. 전남대학교를 졸업했고 또 30여년 동안 전남대에 교수로 재직했던 필자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탈락의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 궁금증과 실망감은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과 그 대학들의 대학 개선안 내용을 보고 곧바로 해소됐다. “아, 그랬구나!”라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교육부가 글로컬대학의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대학 구조조정과 통폐합이었다. 예를 들면 지역거점대학 중에서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부산대는 부산교대와 통합을, 강원대는 강릉원주대와 통합을, 충북대는 한국교통대와 통합안을 제시했다. 전북대의 신입생 무전공과 단과대·학과 통폐합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위험한 혁신안이었다.

통합에 소극적이었던 경북대, 충남대, 전남대 등은 탈락했다.

전남대는 20여년 전에 여수대와 통합했다. 비슷한 시기에 경북대는 상주대와 통합했다. 그때 통합할 때도 내부 구조조정을 함께 했고 그 반대급부로 상당한 액수의 인센티브도 받았지만 그게 과연 잘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구성원 사이에 논란이 많다.

중앙 정부가 지방대 정책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구조조정과 통폐합이다. 거기서 다시 한 단계 발전하면 지방국립대의 시·도립화 혹은 법인화이다. 이 정책은 보수정부 때 더 심했다. 현 교육부 장관인 이주호씨는 이명박 정부 때도 당근과 채찍 정책을 통해 지방국립대학을 법인화 혹은 시·도립화하려 했다. 해당 대학들의 반발이 심하니까 서울대 법인화로 끝났는데 이번에는 글로컬대학이라는 당근정책을 통해 다시 통폐합을 유도했고 여기에 호응하지 않은 전남대, 경북대, 충남대 등은 희생양이 됐다

나는 전남대의 역사에서 가장 잘못한 정책 중의 하나가 여수대와 통합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성격이나 지리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어려운 통합정책이었다. 통합 후 광주 캠퍼스는 학사행정과 내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 여수 지역 여론은 지금도 전남대와 통합 후의 진전상황에 비판적이다. 당시 여수대는 전남대가 아니라 순천대와 통합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당시 전남대(광주)는 인센티브로 주어지는 몇백억 원의 재정지원금과 전남도와의 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통합이라는 무리수를 뒀다. 통합 때 받은 재정 지원금보다 통합 후 구조조정으로 생긴 손실이 훨씬 컸다고 본다.

지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학생도 대학을 수도권에서 다닐 경우 거의 대부분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전남대 등 지역거점대학이 해야할 일은 지역의 인재 육성과 싱크탱크 역할이다. 적어도 광주·전남 지역에 서울의 중위권 사립대학과 경쟁할 대학 한 두개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수도권으로 유출하지 않고 지역에서 공부하고 또 머무르며 지역 발전에 기여하게 할 수 있다. 또 지역에 우수 대학이 있어 우수 학생의 수도권 대학 진학을 완화시킬 경우 그 숫자만큼의 학생이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해 타 지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나 지역이 전남대 등 지역거점대학을 대하는 자세는 강제적인 통폐합이 아니라 대학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다. 정부는 지자체에 대학 지원의 상당한 책무를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에 부탁한다. 대학이 ‘광주 소재냐 전남 소재냐’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근시안적 자세에서 벗어나라. 지금 전남도가 취하는 대학 지원책은 장기적으로 광주·전남 지역 대학 모두에 손실을 안길 것이다.

물론 이번 글로컬대학 선정 결과와 관련해 전남대와 지역대학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부산대는 부산교대와 통폐합을 하기로 했다. 전남대학교 사범대와 광주교대의 성격,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두 대학은 합하는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금년 글로컬 대학 2차 선정 때에 대비해 두 대학은 미리 통폐합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바란다. 대신 지원금에 현혹돼 대학의 본질 그리고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수도권 대학과 질적 경쟁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그런 구조조정은 단호히 거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