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이명노>순직 해병 특검과 또 다른 국방부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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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이명노>순직 해병 특검과 또 다른 국방부의 숙제
이명노 광주시의원
  • 입력 : 2024. 07.11(목) 17:55
이명노 광주시의원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채수근 해병의 순직이 벌써 1년이 됐다. 이제는 군대가 많이 편해졌으리라, 이제는 안전하리라 안심하고 훈련소를 보냈던 장병들의 부모님 가슴에 대못이 박힌 것도 1년이다. 그동안 해병대 전우회를 비롯한 모든 국민은 원통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사이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며 우리는 이제 상황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담담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바로 어제 채해병 특검법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벌써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이다. 담담한 마음으로 품은 희망과 기대는 다시 절대권력 앞에 무력해졌다. 이제 국민이 그 거부권에 거부하며 우리의 방식대로 들고 일어나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그 이후 해결해야 할 산적한 군의 문제를 풀어야 하기에 기고문에 다가올 숙제를 적어본다.

2019년 2월 군번, 26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강원도 화천에서 경험한 군대는 또래 친구들이 겪은 군대와 사뭇 달랐다. 무용담처럼 들어온 부조리는 없었고, 오히려 최전방부터 스마트폰 사용이 점진적으로 허용되는 시점이라 군대 내 사건사고도 통계상으로 확연히 줄던 시점이다. 전역을 하던 해에 병장 월급은 40만 원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은 100만 원이 됐다. 군복무 중인 병사는 너나 할 것 없이 군 적금을 들어 사회진출을 위한 목돈을 마련해 전역모를 쓰고 나왔다. 병사의 처우는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군에 남기로 결심한 간부들과 남은 의무를 다하는 예비군의 입장이다.

국방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안위보다 내 가족, 우리 국민의 안위를 우선시할 결심이 서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병사의 월급이 오르는 동안 간부의 월급은 큰 변동이 없었던 게 현실이다. 절대다수인 병사나 향후 안정성과 명예가 보장된 장교에 비해 부사관의 처우는 처참한 현실이다. 정신전력 시간에 늘 전투와 주특기의 전문가가 부사관이라고 배운 것에 비해 지금은 오히려 장교와 병사 누구도 하지 않는 궂은 일을 처리하는 담당이 하사, 중사 계급의 직업군인이다. 군 관사를 쓰지 못하는 간부들은 급여 또한 가정을 꾸리거나 전역 이후 장래를 설계하기에 빠듯했고 복무 연장만이 살길이다. 그마저도 옛말이고 군 조직이 축소되는 추세로 인해 진급에서 누락 돼 등 떠밀리듯 사회로 쫓겨나는 인원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PX에서 면세품으로 생활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으나 모르는 소리다. 병사는 매 끼니 식사가 무료지만 간부는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고 끼니 수대로 계산을 해야만 한다. 훈련과 당직은 어떤가. 잦은 당직과 훈련 및 실상황으로 일상이 비상이고 비정상이지만 그에 따르는 합당한 대가는 인정받지 못한다. ‘군대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 ‘그런 걸 알고 너희가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비웃음과 조롱 섞인 목소리에 숨죽이며 듣고만 있는 이들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수호자다. 그리고 똑같은 국민이다.

예비군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의사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비회기를 비집고 찾은 이번 4년차 예비군 훈련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예비군 훈련장 주차장에 유난히도 많이 주차된 배달 오토바이들과 태권도장 승합차, 택시 등 각종 영업용 차량들이 보였다. 나흘간 이들은 모두 생업을 중단하고 이곳에 모여 훈련을 받는다. 지급되는 훈련여비는 하루에 단돈 8천 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생활임금과 일용직 근로자의 일당은 얼마인가. 예비군 훈련이라는 의무를 다하는 보람과 자긍심으로 퉁 치기에 영업용 차량을 끌고 이 자리에 와서 멈추는 시간의 보상과 일용직 근로를 하다 의무적으로 묶여있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누구도 해주지 않고 있다. 뭔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군의 처우는 곧 국방력이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도발과 분쟁, 나라를 지켜야 할 영웅들이 군복을 벗을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 새벽, 또다시 많은 비가 내려 전국 곳곳이 침수되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1년 전처럼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