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데스크칼럼>빈 살만의 네옴시티와 전남도 미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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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데스크칼럼>빈 살만의 네옴시티와 전남도 미래전략
박간재 취재2부 선임부장
  • 입력 : 2024. 01.01(월) 13:23
박간재 취재2부 선임부장
모래바람만 날리던 사막에 최첨단 미래도시가 들어선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야심작 ’비전 2030’ 핵심사업 ‘네옴시티(새로운 미래도시)’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들어서는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다. 5000억 달러(700조원)가 투입되며 1차 2025년 완공, 2차 2030년 최종 완공이 목표다.

빈 살만은 “구형폰에서 신형폰으로 옮긴 혁신처럼 네옴시티 건설로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의 빅픽쳐인 네옴시티는 4개 공간으로 이뤄진다. 서울~강릉거리인 170㎞의 직선도시 ‘더라인(The Line)’과 바다 위에 지름 7㎞ 8각형 모형으로 조성되는 첨단산업단지 ‘옥사곤(Oxagn)’, 초대형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Trogena)’ 등이다.

최첨단 주거도시 ‘더라인’은 높이500m, 폭200m 초대형 유리장벽이 170㎞ 이어지는 직선도시다. 쉽게 말해 거울로 된 만리장성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석유가 아닌 100% 신재생 에너지로 가동되며 영화 블랙펜서에 나오는 최첨단 국가 ‘와칸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바다 위에 세우는 ‘옥사곤’은 네옴시티 생산을 책임지는 공간이다. 정보기술(IT) 등 과학기술 전초기지를 만들고 먹을거리를 책임진다. 친환경 산악관광도시 ‘트로제나’엔 1년 내내 야외스키, 패러글라이딩, 각종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관광지로 꾸민다. 오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도 열린다. 사막에 인공 산과 호수를 만들고 인공 눈으로 스키장을 만든다.

그가 거대 프로젝트를 꺼내든 이유는 뭘까. 석유로 번 돈을 쓸 곳이 없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그는원대한 꿈을 실천하고 있다. 석유를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석유는 영원하지 않으며 사우디는 석유만으로는 살수 없다는 판단이다. 탈석유 정책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겠다는 포부다. 더 정확히는 석유를 버리는 게 아니고 석유 의존에 절대적이던 경제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목표다. 신재생 에너지와 관광 등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사우디를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게 네옴시티를 건설하려는 이유다. 2027년 아시안컵 축구 유치, 2029년 동계오륜 유치도 그같은 계획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형제세습 원칙을 깨고 왕세자가 됐기에 정치적 정당성 확보, 하락하는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의 바램대로 네옴시티가 성공한다면 미래 신기술 집합소가 될 것이며 전세계 건설분야 진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가 사막 위에 첨단미래도시를 세우고 있는데 기후적 조건이 좋은 전남이 ‘전남판 네옴시티’를 만들순 없을까. 사실 미국 라스베가스도 사막 위에 후버댐을 만들어 전기·물공급을 하면서 도박이 자유로운 도시로, UAE는 사막위 두바이에 거대도시를 만들어 성공했다. 전남에도 빈들판에 들어서며 네옴시티 같은 성공 사례가 있다면 깜짝 놀랄까. 바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다. 지난 2014년 나주 금천면·산포면 일대 논밖에 없던 배메산 자락에 16개 공공기관이 들어서면서 천지개벽을 이뤘으며 현재 4만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로 자리잡았다. 전남에 나주 혁신도시와 같은 도시를 또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무안공항에 광주군공항과 민간공항이 들어 온다면 어떨까. 아마도 인근지역이 제2의 전남판 네옴시티가 될 수도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달 13일 무안군민과의 대화에서 “무안군을 세계를 잇는 서남권 게이트웨이, 인구 20만 스마트공항도시로 비상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북아의 항공 물류허브로 육성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 등 첨단산업 거점 구축 △농업선진국, AI첨단 농산업 융복합지구 △대한민국 최고 글로벌 명품 관광도시로 조성 △육해공 빈틈없는 광역 SOC 대거 확충 등 3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에 중앙정부, 무안군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는 광주시와 무안군 합의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전남도는 사우디 네옴시티 진출에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김영록 전남 도지사가 지난 달 29일~6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네옴시티’ 등 스마트도시 건설에 전남 기업 참여를 챙기며 세일즈 외교를 펼치며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네옴시티가 부각되니 국내에서는 벌써부터 ‘제2의 중동붐’이 오는 게 아니냐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절대 그렇지 않다. 70년대는 1차 노동력을 통한 중동붐이었지만 2차는 기술과 자본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황무지 모래사막에 세계 최고 첨단도시를 세우겠다는 빈 살만의 역발상 전략 처럼 전남도와 광주시, 무안군도 청룡의 해를 맞아 네옴시티 같은 도시 건설을 위한, 미래를 위한 통 큰 ‘발상의 전환’을 해야하지 않을까.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최고의 낙타를 손에 넣어라”(사우디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