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24 다시 뛴다]“광주FC 우승 트로피 드는 모습 보여드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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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신년특집 2024 다시 뛴다]“광주FC 우승 트로피 드는 모습 보여드리고파”
●광주FC 이정효 감독
지난해 K리그1 3위 ‘돌풍’ 주역
올해 창단 첫 아시아 무대 도전
상대 수비 극복 공격 축구 준비
“도전자 탈피해 강팀 자리매김”
  • 입력 : 2024. 01.01(월) 13:02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해 9월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가운데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포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무리뉴’, ‘가발 쓴 과르디올라’보다는 ‘효버지’로 불러달라”며 세계적인 명장들과 비교를 거부하는 감독이 있다. 2022년 부임해 곧장 K리그2 우승을 이끈 뒤 2023년에는 K리그1 3위에 팀을 올려놓으며 ‘돌풍’을 일으킨 이정효(48) 광주FC 감독이 그 주인공. 광주FC의 창단 첫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며 아시아 무대에 나아갈 준비 중인 이정효 감독의 새해 각오를 들어봤다.

● 2022년 광주서 프로 감독 시작

“제가 광주FC 감독을 맡은 것은 정말 미친 도전이었고 무모한 일이었죠. 지금도 한 번 미끄러지면 패자부활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죽기 살기로 하고 있어요. 2024년에는 정말 큰 도전이 있을 거에요. 광주FC 감독으로서 트로피는 꼭 들어 올려봐야겠죠?”

광주FC 역사상 1부리그 최다 승리(16승·종전 2016년 11승)와 승점(59점·종전 2016년 47점) 기록을 경신하고 전 구단 상대 승리까지 거머쥔 이정효 감독이 창단 13년 만에 처음 도전하는 아시아 무대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이 감독은 지난 2011년 아주대 코치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아주대 감독과 전남드래곤즈 코치를 지낸 뒤 2016년 남기일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로 광주FC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성남FC와 제주유나이티드를 거쳐 2022년 광주FC 감독직을 맡으며 프로 첫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초보 감독’이었던 이 감독은 부임 첫해 K리그2 역대 최단기간 우승과 최다 승리(25승), 홈경기 전 구단 상대 승리 등 역대급 시즌을 완성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 K리그1에서도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며 명장의 반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감독은 “2023시즌을 앞두고 광주FC를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명문 구단으로 만들 수 있을까,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며 “개막 후에는 어떻게 하면 광주축구전용구장으로 팬들을 불러올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경기에서 항상 공격적으로 골을 넣기 위해 도전했고, 팬들을 위해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 경기력을 보이고자 했다”며 “다음 경기가 기대돼야 많은 광주시민들이 경기장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해 5월13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 홈경기에 앞서 선글라스를 고쳐쓰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주도권 축구’로 리그 강타

이 감독의 생각대로 광주FC는 시즌 초반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개막 라운드에서 수원삼성을 물리치며 1부리그 연착륙을 알렸고, 광주축구전용구장 개장 후 최다인 7357명이 들어찬 홈 개막전 패배 후에는 ‘저렇게 축구하는 (상대)팀에 패배해 분하다’는 이 감독의 인터뷰로 관심이 더 뜨거워졌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광주FC에 시선이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공격 축구를 먼저 하려고 했고, 결과보다는 골을 넣기 위한 과정에 충실하자고 얘기했다”며 “이 과정을 통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광주시민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자고 했다”고 밝혔다.

또 “결정적이었던 것은 말실수였던 것 같다. 홈 개막전에서 FC서울에게 진 이후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화제가 되면서 본의 아니게 큰 도움이 됐다”며 새 시즌 김기동 신임 FC서울 감독과 맞대결에 대해서는 “이제 우승을 바라보는 무서운 팀으로 바뀔 것이다. 맞대결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3시즌 광주FC는 이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에 강점을 보이면서 ‘주도권 축구’라는 팀 색깔을 구축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흔들고, 화끈한 역습을 몰아치며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 감독은 “과정에 충실했기 때문에 경기력이 좋았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공격적인 축구와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었다”면서도 “좋은 경기력에 비해 득점이 부족했다.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고 자평했다.

이어 “상대가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전술을 파훼하기 위해 많이 연구하면서 준비하고 있다”며 “2024시즌 선수 구성 역시 공격적인 축구를 살릴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해 10월28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 홈경기에서 엄지성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2027년까지 감독 임기 보장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감독은 광주FC에서 장기 집권의 틀을 다졌다. 2022시즌 직후 재계약을 체결해 2024년까지 동행이 예정됐으나 계약 기간 3년을 추가하며 2027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는 “재계약 결정을 빨리하고 선수 구성도 빠르게 해야 1차 전지훈련 때부터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며 “구단에서도 좋은 조건과 비전을 제시해 줬다. 특히 6월부터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데 환경적으로도 충분한 대우가 된다고 생각해 빠르게 동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FC가 AFC 챔피언스리그도 출전하고 훈련 여건도 개선되는데, 이는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변모하는 시작점”이라며 “2022년이나 2023년은 선수 영입이 상당히 힘들었는데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긍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장기 집권의 시작점에 선 이 감독의 목표는 확고하다. 새로운 도전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것. 도전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강팀으로 확실히 자리 잡겠다는 목표도 더해졌다.

이 감독은 “전북현대도 강했고, 울산현대도 강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산둥 타이산이나 태국 FA컵 우승팀도 다를 건 없다”며 “도전해 봐야 한다. 아시아에 광주FC와 광주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의욕을 표명했다.

또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FA컵을 병행하기 때문에 정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전북과 울산, 포항, 인천을 보면서 구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광주FC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그보다 제 기대치가 더 높을 것이다.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고 그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오른쪽부터)이 지인인 박혜진-주용엽 부부와 함께 지난해 12월17일(한국 시간) 잉글랜드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브라이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현장을 찾은 모습. 이정효 감독 제공
● 감독상 놓쳤지만 우승 도전

이 감독은 2023시즌 K리그 감독상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미디어 투표에서 59표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감독 및 주장 투표에서 밀렸다. 다만 그는 감독상보다는 우승을 목표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감독상을 받지 못한 아쉬움과 분함 등 여러 감정들은 시상식 다음날 다 지웠다. 감독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더 큰 꿈을 꾸려고 한다”며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딱 하나다. 3개 대회 중에 1개 대회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 어떠한 방해와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내고 싶다”고 목표했다.

또 “이번 유럽 여행을 통해 확인했다. 지금 광주FC가 하고 있는 축구가 어떤 축구인지 확신을 얻었다”며 “우리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구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저는 어떤 방향성을 잡고 어떤 축구를 입혀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유럽 여행에는 이 감독과 박 분석코치를 비롯해 6명이 동행했다. 선수들에게도 골프채와 운동화, 책 등 선물을 전하며 지출을 아끼지 않았던 이 감독이 이번에는 자신을 감독으로 있게 해준 소중한 인연들에게 사비를 들여 전한 선물이다.

이 감독은 “딸하고 박원교 분석코치 커플, 지인 부부까지 6명이 유럽에 갔다”며 “지인인 주용엽, 박혜진 부부는 2008년에 은퇴하고 필리핀 바콜로드에 어학연수를 가서 지금까지도 인연을 맺고 있는데 저에게 감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힘을 실어준 사람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스스로 감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단정을 짓던 시기가 있었는데 꼭 감독이 될 거라고 응원을 해줬다”며 “공교롭게도 2021년 12월에 이 부부의 집들이 자리에서 전화로 감독 제의를 받았다. 꼭 축구 보러 유럽에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달 17일(한국 시간) 잉글랜드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브라이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현장을 찾은 모습. 이정효 감독 제공
● 분석관·스카우터와 함께 ‘원석’ 발굴

유럽 여행을 통해 확인한 방향성에 추진력을 더해줄 인력도 생겼다. 2024시즌부터 분석관을 한 명 추가 채용하고, 지난 시즌 중 계약을 맺은 장기봉 스카우터도 이 감독에게 힘을 보탠다.

이 감독은 “분석 파트도 더 발전이 돼야 한다. 선수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줘야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며 “선수들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복안이다. 분석을 세분화하고 개개인에게 더 빠르고 자세하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분석관은 박원교 분석코치가 선택한다. 감독의 영역이 아니다”며 “박 분석코치가 후보를 추리고 직접 대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최종 결정도 박 분석코치의 몫이다. 확실하게 믿음과 책임감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시즌 중 채용된 장기봉 스카우터는 아마추어에서 지도자를 10년 넘게 하면서 근면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본인은 스카우터를 하기에 아직 부족하다고 해서 1년 6개월 넘게 설득해 정말 어렵게 데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 영입에 있어서 감독이 모든 것을 살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장 스카우터가 K리그1과 K리그2는 물론 대학 리그와 고등 리그까지 세밀하게 살펴보고 보고를 해준다”고 부연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 2022년10월9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경남FC와 하나원큐 K리그2 2022 43라운드 홈경기 직후 우승 세리머니에서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장 스카우터에게 설정해 준 이 감독의 선수 영입 철학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지난 2년간 영입 기조와 마찬가지로 ‘원석’을 발굴해 보석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감독은 “기본 방침은 어리고 장래성이 있는 선수를 데려와서 키우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라며 “물론 10억이 들어도 정말 좋은 스트라이커가 있다면 투자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잠재력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어떤 선수가 와도 우리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광주FC에 와서 경기를 뛸 수 있을지 없을지를 걱정하는 것은 문제다”며 “우리 팀에서 경쟁을 해서 이겨내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경쟁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수단에 끊임없는 노력 강조

이 감독은 기존 선수단에도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두 시즌 간 이어온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올해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라는 것.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라면 더욱 이를 악물고 하라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을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해서 지금도 그 고민을 하고 있다. 변함없이 배움에 대한 굶주림을 안고 가겠다”며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열심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줬고, 선수들은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서로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가 난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허율, 엄지성, 정호연, 이희균 선수의 더 큰 성장세를 촉진하겠다”며 “유럽 축구를 현장에서 보면서 손흥민이나 황희찬 같은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소름이 돋았다. 우리 선수들이 그런 선수들과 겨룰 수 있도록 어설프게 해외에 나가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 2022년10월9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경남FC와 하나원큐 K리그2 2022 43라운드 홈경기 직후 우승 세리머니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터뷰를 마치려던 순간 이 감독은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지난 2022시즌 홈 최종전에서 사비를 털어 맥북 프로 2대를 팬들에게 선물했는데 이번에는 더 큰 선물을 약속했다. 단, 팬들이 이 감독과 한 가지 약속을 해달라는 전제다.

“2024년에 광주FC 평균 관중이 얼마나 될까요? 2023년에는 4531명이었는데 더 늘어야죠. 2024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큰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맥북 프로보다 더 멋진 선물을 쏘겠습니다. 5000명? 5500명? 6000명? 팬들이 직접 목표를 정하고 그 약속을 지켜주세요. 꼭 보답하겠습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