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원도 문전박대” 예견됐던 ‘달빛철도’ 파행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광주시
“민주 의원도 문전박대” 예견됐던 ‘달빛철도’ 파행
국토위 법안소위 특별법 ‘발목’
"법안 발의해놓고 반대" 비판
“형평성 어긋나는 것 아니냐”
市 공무원 방문에 싸늘한 반응
  • 입력 : 2023. 12.07(목) 18:08
  •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지난 4월 17일 전북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강기정(가운데)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정무창 광주시의회의장과 이만규 대구시의회의장이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과 2038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 특별법이 최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스스로 발의한 법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라는 비난이 전국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사업에 연관된 6개 광역시·도(광주·전남·전북·대구·경남·경북) 중 중심축이라 볼 수 있는 광주와 대구의 분위기는 황당하다 못해 싸늘하다. 이런 차가운 시선은 반대를 주도했던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의원들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의원이 소위에서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광주시 공무원들의 방문에 면박을 주거나 의원 대신 보좌관이 상대하는 등의 ‘문전박대’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달빛철도 특별법 연내 통과 무산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7일 광주시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달빛철도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해당 특별법에는 예비타당성조사와 공청회 등을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일부 여당 의원이 정부의 방침을 들어 특별법 제정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의원 한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된 조오섭 의원은 “답답하다. 다같이 하기로 대승적인 합의를 했음에도 여당이 딴지를 걸었다”면서 “양 당 지도부가 연내 통과를 외쳤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니 법안 자동 폐기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야당 내부에 반대의견은 없냐는 질문에는 “특정 의원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정권은 여당에 있는 것”이라며 “여당만 오케이하면 야당은 문제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선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광주·전남이 텃밭인 야당에서조차 면박 받는 사업인데 되겠나’라면서 광주·전남 지역의원 모두의 협조와 지원을 당부하는 분위기다.

실제 광주시 한 공무원은 “최근 몇주간 광주의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국회를 찾아 의원들을 만났다. 광주는 야당을, 대구는 여당을 만나는 전략이었다”면서 “야당의 경우 광주·전남을 터전으로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호의적인줄 알았으나 얼굴이 벌개지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공무원에 따르면 교통법안 심사소위에 소속된 한 민주당 의원을 만나기 위해 오전에 방문했으나 부재중이어서 광주행 복귀를 미루면서 한참을 밖에서 대기한 뒤 수시간만에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대뜸 “법안에 발의했으면 된 것 아니냐”며 큰 소리를 냈고, 광주시 공무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바로 나와야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공무원은 “얼굴이 벌개져서 내려가는 동안 서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면서 “이때부터 법안 통과가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의원실에 방문했는데 의원은 만나지도 못하고 보좌관에게 도움을 구했더니 “기획재정부부터 설득하고 오라”는 엉뚱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기재부를 설득해달라고 의원실을 방문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면서 “언제부터 광주가 민주당에서 이런 정도의 위치가 됐나 싶어 괜히 울컥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달빛철도와 관련 여당 측이 “연내 통과를 막고 내년으로 미뤄서 법안 폐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면서 “민주당이 전면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지역 정가 관계자는 “여당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니 만큼 알아서 자르진 못하겠지만 미루고 미뤄 자동 폐기를 노리는 것 같다”면서 “당 차원의 대대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전박대와 관련해서 광주 권리당원인 명모(49)씨는 “도대체 지역 국회의원들은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단 한명도 당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며 “이러고도 총선에서 표를 달라는 것인가”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광주는 현재 매일 대구시 관계자와 소통하며 달빛철도 특별법의 연내 통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광주시 김석웅 교통국장은 “다행히 대구와 손을 잡고 하기 때문에 희망은 있다. 이는 홍준표 시장의 강한 의지인 것 같다”면서 “광주시, 대구시 모두 어떻게 해서라도 ‘연내 통과’를 하자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협조해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