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광국 전남도의원 |
맨발 걷기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자체마다 조례를 제정하고 맨발길 조성과 부대시설 설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전북에서 최초로 공동주택과 도시공원에 맨발길 조성과 세족대 설치를 규정한 조례를 제정한 후로 현재까지 광역 및 기초 지자체 67곳에서 조례를 만들었고, 맨발길 조성 장소도 도시공원에서 등산로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남에서도 곳곳에 맨발길이 우후죽순 조성되고 방문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영광의 물무산 맨발황톳길은 올해 4월 개장 이후 7월까지 2만6천명이 방문했으며, 순천에서 지난 9월 개최한 ‘어싱데이’에는 25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순천만국가정원에 조성된 맨발길을 걷기도 했다.
이 외에 목포 양을산, 여수 오동도 맨발공원, 화순 남산공원을 포함하여 도내 22개 시·군 곳곳에서 맨발길 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필자의 지역구인 무안에서는 물맞이 치유의 숲길과 남악철도변 어싱길, 자전거공원 어싱길이 조성돼 있다.
전국적으로 맨발 걷기가 활성화되고 곳곳에 맨발길이 조성되면서 이제는 맨발 걷기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현재 ‘맨발 걷기 정책’은 기초 지자체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곳에 맨발길과 부대시설을 조성하고 광역지자체에서는 경우에 따라 보조금 일부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기초 지자체별로 분화된 맨발길 조성 기조를 존중하면서도 광역지자체 차원의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전남을 맨발 걷기 특화지역으로 만들어 주민 건강증진과 관광객 유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지난 11월 6일 전남도와 무안군 관계 공무원,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 지역주민이 참가한 ‘전라남도 맨발 걷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먼저 박동창 회장이 맨발 걷기 체험 사례를 발표하고 실제 한의사로 활동하는 동료의원인 조옥현 교육위원장이 맨발 걷기의 건강증진 효과에 대해 강연한 뒤, 이어서 패널들의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치열한 논의의 시간을 거쳐 도출한 결론은 주민들이 맨발 걷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거지 인근에 맨발길을 조성하자는 것과 전남이 가진 비교우위 자원을 활용한 맨발길을 조성하여 전남을 맨발 걷기 특화지역으로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전국 비중의 10.9%(686ha)와 42.5%(1053.7㎢)를 차지하는 산림과 갯벌 면적, 그리고 몸에 좋은 게르마늄이 가득한 황토는 다른 지자체는 갖지 못한 전남의 특장점이다. 이를 활용하여 도내 권역별 숲길, 해안, 공원 곳곳에 특색있는 맨발길을 조성한다면 주민 건강증진과 더불어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맨발 걷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한 조례 제정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는 전남도의 소극적인 태도였다.
지금처럼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주민 민원 대응의 일환으로만 맨발길을 조성하는 것에 그친다면 시간이 지나 맨발 걷기의 인기가 시들해진 후 도내 곳곳에 조성된 맨발길은 흉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전남을 맨발 걷기 특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광역지자체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