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코스모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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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코스모민주주의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10.18(수) 10:17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인류는 정복의 문명이 아닌 자연과 우주를 포함한 평화공존·상생하는 코스모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수님, 지구위기 등 미래비전을 해결하는 데 함께 합시다” “네. DJ선생님,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1993년 초 동양에서 온 노 정객과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나눈 대화다. 그 교수는 ‘제3의 길’을 주창한 앤서니 기든스, 노정객은 그 직전 1992년 12월18일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서 연구활동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앤서니 기든스는 영국 사회학자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이념 모델인 ‘제3의 길’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화는 지난 4일 목포와 신안에서 열리는 ‘김대중평화회의’에 앞서 김성재(김대중아카데미 원장)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기자 간담회에서 들려준 얘기다.

DJ는 이미 30년 전부터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질병위기, 신냉전-열전의 전쟁위협, 경제·식량·에너지 독점 및 공급망 단절, 첨단과학기술의 인간지배 우려 등 위기를 예견했다. 와신상담 끝에 1997년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남북평화와 세계평화에 앞장서왔다. 박정희의 산업화 성장, 노태우의 북방정책도 계승 발전시키며 정치보복 없는 용서와 화해의 길을 걸었다.

그가 닦아놨던 남북 평화 공존의 길이 최근들어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달 23일 개막된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북한 선수단이 남측 선수단에 ‘괴뢰’라는 표현을 썼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70년대 마을 담벼락에 붉은 글씨로 써있던 단어를 반백년도 더 지나서 다시 듣게 될줄이야. 남북 긴장을 유발하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말도 떠돌고 있다. 자괴감마저 든다.

끝모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을 치르고 있다. 처참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퍼지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오는 2027년 중국과 대만이 충돌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평화의 시대는 가고 전쟁과 광기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뜻일까. 이럴때일수록 DJ처럼 인권과 평화, 안정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는 일생을 신냉전과 지구평화, 한반도 평화, 전세계 안정을 위한 비전과 대안제시, 화해와 용서를 부르짖었다.

다행히 김대중평화센터와 전남도, 목포시, 신안군이 개최한 ‘김대중평화회의’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는 ‘김대중 평화주의’를 널리 알렸다. 앤서니 기든스 교수도 참여해 이번 행사를 더욱 빛내줬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한·미·일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평화보다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도 김대중평화센터가 이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형식적인 행사 말고 ‘인동초 DJ’ 처럼 자연과 우주, 인권과 평화를 포괄하는 코스모 민주주의를 실천하라는 목소리도 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