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 기념사업을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나건호 기자 |
보훈부는 정율성 선생의 ‘공산주의자 행적’을 문제삼아 기념사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지만, 광주시는 ‘한중 우호교류’를 위한 것으로 위법사항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도 내내 문제 삼지 않았던 정율성 선생의 이념 문제를 현 정부에서 거론하며 지자체 압박에 나선 것을 놓고 ‘자치권 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위법행위’ 여부 놓고 공방
보훈부는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광주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법률 검토를 예고했고 11일 광주시를 상대로 사업 중단을 권고했다. 보훈부는 지방자치법 184조와 188조 근거로 시정명령까지 광주시에 전달한 상태다.
자치법 184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의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188조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만약 지자체장이 시정하지 않으면 명령이나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도 있다.
정부부처가 이같은 법률에 근거해 시정명령을 내리기 위해선 ‘위법행위’가 존재해야 한다. 보훈부는 ‘공산침략 부역자’로 간주한 정율성 선생을 기리는 역사공원 조성사업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위법행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은 ‘한중 우호교류’ 일환으로 진행된 만큼,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2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맞섰다.
● 지역 정치권 “자치권 훼손”
역대 정부에서 단 한번도 문제삼지 않았던 정율성 선생의 공산주의 행적을 현 정부가 꺼내 든 것을 두고는 ‘철 지난 이념 공세’로 보는 시각이 크다. 광주시가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자치 사무’로 규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은 보훈부의 시행명령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보훈부는 광주와 정율성 기념사업에 간섭하지 말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정체성인 극우 반공이념을 최선봉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규탄한다”며 “광주는 십 수년째 시민들의 협의와 공감속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왔고 정율성 공원은 6년 전에 계획을 세워 이미 48억원의 예산 집행이 끝나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가 1원짜리 한푼 지원하지 않는, 온전히 광주시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자체 사무에 철 지난 빨갱이 색깔론을 내세워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보훈부의 시행명령 조치를 두고 광주시의 ‘자치권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율성 공원’ 조성사업이 추진되는 동구·남구에 지역구를 둔 윤영덕 의원은 광주가 해결하도록 맡겨달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정율성 공원 조성사업은 광주시민들과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맡겨달라”며 “정부부처가 나서서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결집을 위해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