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뿐만 아니라 나주·함평까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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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도심뿐만 아니라 나주·함평까지 한눈에
●57년만에 열린 무등산 인왕봉 가보니
23일 정상부 인왕봉 상시개방
정상 가려는 등산객들로 북적
“천왕봉·지왕봉도 곧 열렸으면”
강기정 시장 “완전개방 노력”
  • 입력 : 2023. 09.24(일) 17:43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지난 23일 오후 무등산 정상부 인왕봉이 상시개방 되면서 시민들이 정상부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동네에서 60년을 살았는데, 이런 경치를 보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지난 23일 오후 무등산 정상부 인왕봉.

이곳에서 만난 김인혁(63)씨는 데크에 설치된 난간 너머를 손으로 가리켰다. 김씨가 가리킨 곳에는 광주의 도심부터 나주, 함평이 한눈에 보이는 경치가 펼쳐졌다.

김씨는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고, 비도 안내려서 다행이다. 도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웃었다.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받은 무등산 정상부가 지난 23일 광주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1966년 12월 20일 무등산 정상에 방공포대가 주둔한 지 57년여 만이다. 그동안 1년에 2~4차례 행사를 통해서만 개방됐던 무등산 인왕봉이 상시 개방된 것이다.

등산로는 서석대 주상절리에서 부대 후문 옆을 지나 인왕봉 전망대까지 390m 왕복코스다. 탐방로 폭은 1.5m가량으로 넓지 않은 편이었다.

이날 찾은 서석대에는 수십 명의 등산객들이 양손에 등산용 폴대를 들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등산객들은 서석대에서 간단한 기념촬영을 한 뒤 이날 개방된 인왕봉 등산로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50대 등산객 김미연씨는 “무등산 정산은 생에 처음이다. 인왕봉으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경사가 더 가팔라서 힘들었다”며 “그래도 이렇게 멋진 경관을 볼 수 있어서 3시간의 등산이 보상받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등반한 이다원(26)씨는 “이날만을 기다렸다. 정상부가 개방됐다고 해서 지인들과 며칠 전부터 기대했다”며 “등산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광주시내를 내려다보니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다”고 전했다.

일부 등산객은 가림막이 무등산 경치를 가린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민 김모(61)씨는 “한쪽 면이 가림막으로 다 가려져 있어서 아쉽다. 보안상 어쩔 수 없지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절반만 보고 가는 기분이다”며 “데크 앞에 풍경을 가리는 초소라도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왕봉 전망대 앞 데크에서 기념촬영에 나선 시민들.
무등산 정상은 군부대 주둔 절차가 시작된 1961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방공포대가 주둔한 뒤 해발 고도 1187m 정상부는 연중 1∼2차례 개방 행사 때 말고는 출입이 제한됐다.

광주시는 지난해 공군본부와 상시 개방 협의를 시작하면서 본격화됐고, 당해 12월 공군 제1 미사일 방어여단, 국립공원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시 개방을 추진했다.

정상부 가운데 인왕봉은 이번에 개방되지만, 천왕봉과 지왕봉은 군부대가 이전한 뒤 개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왕봉과 지왕봉을 포함한 전면 개방은 군부대 이전 문제가 맞물려 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축전을 보내 무등산 정상 개방을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광주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던 무등산 정상 개방이 드디어 실현됐다”며 “57년 동안 제한됐던 무등산 정상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무등산이 오래도록 광주 시민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