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문화향기·이미경>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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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문화향기·이미경>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이미경 전 광주광역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협의회장
  • 입력 : 2023. 09.19(화) 13:10
이미경 전 협의회장
가을은 참 예쁘다. 파란 하늘이…. 그 어떤 예술가 작품보다 아름답다. 이 멋진 가을 하늘도 감상 못할 만큼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활동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들을 망연자실하게 하고 있다. 한 아이라도 잘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는 상황에서 관련부처 예산 삭감 소식은 희망을 절망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더 많은 소통이 있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어 절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동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기관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캠프활동이나 문화체험 등 원만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광주 남구 봉선지역아동센터(센터장 윤숙희)는 몇 년만에 아이들과 1박2일 캠프를 진행했다. 걱정도 되고 작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고심했다. 다행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방학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기회를 얻었다. 한달여 준비한 뒤 캠프를 떠나던 날은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의 표정이 가득했다. 공동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잘 해낼수 있을까 였다.

어른들의 걱정은 아랑곳 없이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재잘재잘 쉼없이 떠들고 신나게 물놀이도 즐기며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뒤엔 장기자랑을 했다. 미리 준비해온 아이들은 들뜬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줄넘기를 하면서 가장 잘하는 능력을 뽐냈다. 올해 새로 들어온 장애를 가진 A가 손을 번쩍 들었다. 자폐를 가진 아이가 손을 드는 것에 깜짝 놀랐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형, 누나들이 덩달아 박수를 쳐주며 응원하는 모습 역시 감동적이었다. 장기자랑을 마치고 박수로 순위를 정하는데 약속이나 한 듯이 우뢰와 같은 박수로 A가 일등을 차지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바로 이것이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지역아동센터는 초등학생부터 고교 청소년까지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애와 형제애를 함께 경험할 수가 있다. 그 안에서 또래, 위아래 사람들과 소통을 배우며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고 익혀 나가고 있다. 많은 돌봄기관이 있지만 특성을 잘 살려서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게 좋겠다. 우리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배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올해로 12년째 매주 만나고 있는 장애 아이들 그룹에서도 기쁨의 시간은 항상 만들어 졌다. 올해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된 중학생 B는 언어기능도 저하되고 감정 표현이 잘 안되는 아이다. 여학생으로 생리기간이 되면 호르몬 이상으로 감정 조절능력이 떨어진다. 갑자기 화를 내거나 울면서 수업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는데 함께 하는 언니들이 B의 상태를 잘 감지하면서 적극 배려해 준다.

“B야. 기분이 안 좋은가 보구나. 선생님 B가 생리기간 인가봐요.” 이해하고 다독여준다. 자신의 악보를 버리고 화를 내도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진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렇게 험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지 늘 걱정하고 염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곁에는 자신보다 아픈 사람을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장애를 가진 어린 동생의 작은 소리에 반응해주고 응원 해주는 형아와 누나들의 박수소리에 더 힘을 얻은 선생님들은 힘들게 마련한 캠프 자리에서 다짐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쁘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에게도 상황을 이해시키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 희망이 샘솟는 세상,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자.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더 이상 위험한 세상이 아니길 기도하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란하늘에 드높여 지도록, 우리의 미소가 온 세상에 퍼지도록, 더 살피고 노력하자. 그런 우리가 있어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