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데스크칼럼>‘솔롱고스’와 희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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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남일보]데스크칼럼>‘솔롱고스’와 희망나무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9.14(목) 12:42
김선욱 부국장
몽골에서 한국은 ‘코리아’ 보다 ‘솔롱고스’로 불린다. ‘코리아’라고 말하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솔롱고스’라고 하면 한국이라고 금방 알아듣는다. 몽골 사람들은 예로부터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불렀다. 솔롱고는 무지개란 뜻의 몽골어다. 솔롱고스는 솔롱고의 복수로 ‘무지개가 있는 곳’, ‘무지개가 뜨는 나라’ 정도로 해석된다. 무지개는 행운과 희망의 단어다. 한국에 대한 몽골의 정서가 매우 우호적이었음을 짐작케하는 이름이다. 일부 학계에선 “옛날 몽골족의 일부가 남쪽으로 무지개를 쫓아 내려갔고, 초원에 남은 몽골족들이 남쪽으로 간 동족을 ‘형제의 나라’라는 의미로 ‘솔롱고스’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지난달 21일 4박5일 일정으로 몽골을 다녀왔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희망나무’를 심고 있는 우리 시민단체의 사막화 지역 숲 조림 현장을 둘러봤다. 몽골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국가다. 지난100년간 전세계 온도가 0.74℃ 상승할 때, 몽골은 거의 3배(1940~2010년)에 달하는 2.1℃가 올랐다. 사막화와 가뭄, 겨울철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한파(조드)와 같은 이상 기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광활한 초원은 오랜 가뭄으로 빠르게 사막화되고 있다. 무더기의 하르간(골담초)이 여기저기 보였다. 하르간은 땅에서 물을 흡수하는 힘이 강해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사막화 지표 식물이다. 토지가 사막화돼 풀이 죽은 자리에 무성하게 자랐다. 현재 사막화 비율은 전 국토의 76.9%라고 한다. 북부 산림지대와 목초지는 줄고, 호수와 연못은 말라가고 있다.

9년 전 쯤에도 몽골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초원은 다양한 풀로 조화를 이뤘다. 파릇파릇함이 싱그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의 몽골은 그런 느낌을 받을수 없었다. 수도 울란바토르는 교통지옥이었다. 전체 인구(345만명)의 절반 넘게 산다고 한다. 이유가 있었다. 강추위로 가축을 잃은 유목민인 ‘기후난민’들이 대거 이주했다. 수도 외곽 언덕엔 이들의 거대한 게르(유목민 천막)촌이 형성됐다. 마치 옛날 우리 달동네를 보는 듯했다. 상하수도와 보건, 위생 등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해 보였다.

이곳에 지난 7월 집중폭우가 내렸다. 월 평균 강수량의 40%에 달하는 비가 하루에 쏟아졌다. 아파트, 주택 등이 침수되고, 도로, 다리, 댐, 송전선 등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 지난달 5일에도 30여분 간 내린 폭우로 도시 곳곳이 잠겼다. 한 주민은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기후위기를 실감했다.

초원으로 가는 길에 크고 작은 언덕들이 보였다. 그냥 산 언덕인줄 알았다. 그런데 주민이 “사막화로 쌓인 모래 언덕”이라고 했다. 이 모래가 폭풍을 만나 초원을 뒤덮고, 황사를 일으켜 주변국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우리에겐 봄마다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다.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일에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 기업들이 나서는 하나의 이유다. 사막화 확산을 막는 저지선 구축에 우리와 몽골이 함께하는 모습에서 희망이 보였다.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져가고 있다. 해수면 상승, 남극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 손실은 되돌리기 어렵다. 지구가 더 끓으면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의 몸은 1~2도만 올라도 심한 열병이 난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촌 곳곳에서 대형 산불과 폭염, 폭우,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일고 있다. 어떤 나라도 기후위기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가 나무를 심는 것은 단순히 사막화 방지에만 목적이 있는게 아니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길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고 대기오염 물질과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푸른 숲 조성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전세계는 1조 그루의 나무 심기 운동에 들어갔다. 우리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해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지구 열대화, 탄소배출을 걱정해야 하는 기후위기의 시대다. 나무를 심어 지구의 숲과 자연을 되살려야 한다. 미래를 위한 우리의 약속은 더 많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지구를 되살리는 ‘무지개 빛’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