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위클래스 상담교사 적용 기준 현실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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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전남, 위클래스 상담교사 적용 기준 현실성 없다
30학급 이상만 전문교사 배치
일부 사립, 상담교사 없어 난항
주1회 순회 방문 “도움 안돼”
“배치기준 손질·교사연수 필요”
  • 입력 : 2023. 09.11(월) 18:14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전남도교육청 전경
전남지역에서 학교폭력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매년 늘고 있지만, 일부 사립 학교는 전문 상담교사가 없어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의 학급수 감소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30학급 이상’이라는 상담교사 배치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나주 금성고는 학년 당 6학급씩 총 18학급 규모의 큰 사학이지만, 위클래스(We+education+emotion, 학교+교육청+지역사회 연계 맞춤형 통합지원 서비스) 상담교사가 한 명도 없다.

교육지원청 위센터 소속 순회교사가 주 1회 방문해 상담해주고 있지만, 당연히 장기적·안정적 상담 지원엔 한계가 있다.

나호연 금성고 교장은 “교육지원청을 통해 순회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학생들을 상담해주고 있다.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계속 늘고 있는데, 따로 신청해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며 “그동안 상주 교사를 배치해달라고 지원청에 계속 건의했다. 2학기부터는 하루씩 상주하는 방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안정적인 상담을 담보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상담 수요가 느는 만큼 전문 상담인력이 필요하지만, 학교 입장에선 재정 부담 등으로 (무기계약직 인력) 채용에 부담이 있다”며 “(같은 재단인) 금성중과 금성고에 상주하는 상담교사가 한 명이라도 배치된다면 학생들의 심리·정서 지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모든 학교에 상담실과 전문상담교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고, 지난 2018년 교육부도 ‘학생 수 101명 이상인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1명을 배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립 초·중·고의 전문상담인력(학교에 상주하는 정규 전문상담교사와 교육지원청에서 파견나온 순회교사) 배치율은 45.6%으로 집계됐다.

사립은 국·공립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공립 초등학교에 1071명의 정규직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반면, 사립 초등학교에는 한 명도 없었다. 사립 중학교에는 총 299명이 배치돼 있어 국·공립(1166명)의 26% 수준에 불과했고,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300명이 배치돼 국·공립(747명)의 40% 정도에 그쳤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전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 사립 학교에서는 본래 근무하던 전문 상담 교사의 계약이 만료될 경우, 상담교사 TO를 활용해 입시에 도움되는 다른 교과 교사를 채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전남지역에 있는 사립학교 78개교(중34·고44) 가운데 위클래스 상담교사가 상주해 있는 곳은 43개교다. 배치 기준에 미치지 못한 나머지 35개교는 주1회씩 교육지원청 위센터 소속 순회교사로 위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도교육청은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심사 등을 거쳐 상담교사를 배치하겠단 계획이다.

박영숙 전남교육청 상담대안교육팀 장학사는 “교육청은 공립과 사립 구분없이 위클래스 상담교사를 고루 배치하려고 노력 중이며, 30학급 이상의 대규모 학교 위주로 우선 배치하고 있다. 기존 선생님들 가운데 상담교사로 전과하는 경우도 많아 상담교사 인력 부족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학사는 “기본적으로는 학급 수를 기준으로 인력 배치를 하고 있지만,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신청 받아 검토할 것”이라며 “우선 신청을 받고, 심사를 통해 정원확충 및 배치 작업을 1월 중에는 마무리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교사 배치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반발한다.

신왕식 전교조 전남지부장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급 수가 급감하고 있는 전남지역에서 ‘30학급 이상’이라는 배치 기준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사학의 자율성’을 이유로 신청할 경우에만 검토해 배치하겠다는 도교육청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사실상 매년 배치 신청을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다.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에선 위클래스 교사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며 “교육청은 기존 교사들이 과원되면 상담교사로 전과하는 방식으로 (상담교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 경우 상담교사의 전문성 부족 등 문제가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공 상관없이 모든 교사가 상담교사 연수를 받는 제도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