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
언덕 위에 오르니 부둣가 저 멀리까지 바다가 가없다.
‘망향의 언덕’이란다.
일제가 패망하자 돌아가는 일본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면서
이곳 동포들은 너나없이 이 언덕에 올랐다.
자신들을 조국으로 실어다 줄 배가 오리라 믿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배는 끝내 오지 않았다.
조국이 이들을 버렸다기 보다는
애당초 기대를 말았어야 했다.
그때가 벌써 78년 전 일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이다.
그때 우리는 단지 짧은 해방의 기쁨을 누렸을 뿐으로
아직도 우리는 그 잔재를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진화된 형태의 식민정책을 가지고
그 빈자리를 차지한 또 다른 점령군들의 힘을 입어
오히려 역습을 당하고 있는 꼴이다.
이렇다보니 ‘지역속국’이란 비난성 발언도 들려오고.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내가 매국노다!’ 라고 말하는 자 없을 것이고,
평화를 말하면서 전쟁을 흔들어 깨우고,
적과의 동침도 필요한 시국에 스스로 적을 만들어 가며,
자국민의 눈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철판을 깐 타국의 음흉한 정책에 호위무사를 자청하는 무리들.
그들이 버젓이 애국자라고 말하니 사방에서 박수를 친다.
이래저래 오늘도 날이 무지하게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