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산 앞에 서 있고 싶다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루트를 따라 튀르키예로의 국경을 넘다가
이란의 국경마을 ‘바자르간’에서 이른 아침에 나는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예기치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 속에서 또렷한 원추형의 만년설산이 코앞에 덩그렁.
순간적으로 자력에 끌리듯 그 산을 향해 무작정 올랐지 뭔가.
알 수 없는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고 무장한 국경수비대가 들이닥쳤다.
그제야 제 정신이 들어 조사를 마치고 풀려났지만 난감한 순간이었다.
이 아라라트는 오늘날 튀르키예에 속하지만,
이란, 아르메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구약성서에 언급되고 ‘노아의 방주’가 있다고 해서 성스럽게 여기는 산이다.
그 신비한 모습은 국경을 넘어 투르키예의 ‘도그 보야지드’로 가는 길에서
4천년이 훌쩍 넘는 태고의 신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에
이럴 때는 눈물이라도 흘려야 하는 것이 맞았다.
아직도 배 모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노아의 방주도 거기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종교적 문제를 벗어나 엄연한 역사가 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무덥고 따분한 날
오늘도 나는 그 산 앞에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