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예비 신부가 웨딩사진 촬영 전 업체 스태프를 위해 마련한 간식. 독자 제공 |
‘간식 조공’이란 신랑·신부의 웨딩사진 촬영에 도움을 주는 스태프에게 ‘고생해 줘 감사하다’ ‘잘 찍어주라’ 등의 의미로 간식을 준비해 건네는 신종 결혼식 문화다.
김씨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웨딩 비용을 지불했는데 업체 직원들 간식까지 챙겨야 한다니 이해가 안된다”며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들 하고, 일생에 한번뿐인 축복받는 결혼이라 좋은 마음으로 챙겨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결혼 수요가 늘면서 웨딩사진 촬영 등 결혼 관련 업계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예식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웨딩업체 관행에 따른 별도 비용까지 부담해야 되기 때문이다.
6일 웨딩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결혼 정보회사인 듀오가 발표한 ‘2023 결혼비용 보고서’를 보면, 한 부부당 평균 예식비용은 139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78만원보다 100만원 넘게 늘어난 액수다.
특히 웨딩 패키지인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웨딩 촬영·드레스·메이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3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는 기본 요금으로 예식장 스냅사진 등 옵션은 별도다. 또 원본 사진을 받으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웨딩업체들이 관행을 이유로 웨딩사진 촬영시 스태프에게 제공할 간식 등을 요구하고 있어 예비부부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스튜디오 웨딩 촬영 스태프 인원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평균 7~10명 정도이며, 간식 비용은 보통 10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식 조공’이 예비부부들의 의무사항이 되면서 포털이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상에서는 간식 가격대나 종류, 포장방법 등을 공유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웨딩촬영 전문 도시락·간식 소포장 업체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정모(31)씨는 “당시 웨딩촬영 전 웨딩플래너에게 스태프 인원 수가 적힌 안내문을 받았다”며 “간식을 그냥 가져갈 수 없어 예쁘게 포장해 ‘잘 부탁드린다’는 스티커까지 붙이는 등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다른 예비부부들은 다 하는데 우리만 안 챙기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며 “좋은 마음도 있었지만 솔직히 불편했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웨딩 관련 커뮤니티에도 간식 요구와 관련한 비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촬영 준비물 안내문에 ‘신랑·신부 간단한 먹을거리’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옆에 괄호를 치고 ‘스태프용 간식까지 여유 있게 챙기면 좋아요’라고 쓰여 있었다”며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강요하면 짜증이 난다”고 불평했다.
또다른 회원도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결혼 비용이 더 많이 드는데 ‘간식 조공’ 등 생각하지도 못한 비용까지 지불하게 돼 부담이 크다”며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심리를 악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그릇된 문화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