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1년도 긴데… 3년 다 되는 단순 형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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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1년도 긴데… 3년 다 되는 단순 형사재판
광주지법 사기 혐의 공판 21번
  • 입력 : 2023. 06.28(수) 17:36
광주지법에는 이상한 재판이 하나 있다. 2021년 2월 첫 공판이후 860일이 지나고 재판만 21번 진행됐는데도 1심 선고가 나오지 않는 재판이다. 민사도 아니다. 형사 재판이다. 혐의도 특별한 것은 아니다.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다. 해당 재판은 지난 2020년 12월 광주지방검찰이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남구 주월동에서 추진되던 재개발 사업의 승인을 위해 공무원과 업무대행사의 임직원들에게 로비를 하기 위해 B씨 등 피해자들로부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3억 3845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일단 법조계는 피고인 측에서 증인 신청이나 재판 절차 등에 대해 부동의 등을 많이 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 역시 이런 지연에 맞서 증인을 한번에 불러서 처리하는 등 속도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물론 납득 가능한 당연한 이유가 있어 지연됐겠지만 너무나 이례적이다 보니 전남일보 취재에 답한 변호사들 마저 “단순 형사사건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인지.”되레 반문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재판의 경우 통상 1심 선고까지 형사·민사 합쳐 평균 300일 정도 걸린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형사 1심 불구속 사건은 선고까지 평균 217일이 걸렸다. 구속사건은 138.3일로 더 짧다. 더 길다는 민사의 경우도 1심 선고까지는 평균 364.1일이 소요됐다.

소송촉진법에 따르면 형사사건은 1심 기소 후 6개월 내에 선고해야 하며 민사소송 역시 1심 재판을 5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속한 선고를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좀 더 빨리 경감하고자 하는 취지다. 1년도 길다는 판국에 3년이 다 되어가는 것이면, 재벌총수도 이렇게는 못 끌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니 이 특이한 재판의 선고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