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日 방사능 오염수 방류, 후회하면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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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日 방사능 오염수 방류, 후회하면 늦는다
건어물 사재기 등 불안감 고조
  • 입력 : 2023. 06.22(목) 17:01
요즘 인터넷을 보면 국민 불안을 가득 담은 신조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소금대란, 수산물 포비아, 패닉바잉…’ 등이 그것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만들어진 단어들이다. 정부를 비롯 여당과 일부 전문가들이 ‘원전 오염수가 방류돼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해당 신조어는 빠르게 퍼지며, 실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남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미 광주 양동시장 건어물 상가에는 연일 사재기성 구매가 증가하고 있었다. 건어물의 경우 미리 사놓으면 1~2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방사능 오염수가 장차 서남해안으로 밀려올 것으로 보여 미리 이것저것 구매하러 왔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어업현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수지역 한 어민은 “앞으로 사람들이 생선을 안 먹을 거 같아 강제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지난 2008년이 떠오른다. 4월 18일 이명박 정부는 ‘뼈와 내장을 포함한 30개월 이상, 대부분의 특정 위험 부위를 포함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협상을 체결했다. 그리고 11일 뒤인 4월 29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영됐다. 보도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미국 소고기의 광우병(여기에는 허위·과장 정보까지 포함)에 대한 내용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면서 대규모 시위가 그 해 4월부터 8월까지 지속됐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사태는 겨우 일단락 됐다.

‘광우병 파동’이라고 불리는 이 시위는 훗날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의 핵심이 된 촛불시위의 초석이 된다. 한번 뭉친 국민들이 그 힘을 활용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정부가 국민불안을 종식시키지 않는 한 ‘오염수 파동’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알 수 없다. 허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