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준 영광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이 지난 14일 영광소방서에서 의용소방대원인 아버지의 방열복을 소방유물로 기증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인 기자 |
1980~90년대 의용소방대가 착용한 방열복이 소방유물로 기증됐다.
20일 영광소방서(서장 이관섭)에 따르면 예방안전과에 근무하는 정상준 소방장이 자택 창고에서 발견한 의용소방대원인 아버지의 방열복을 소방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해 기증했다.
정 소방장의 기증품은 방열복 상·하의, 헬맷, 장갑, 신발 등 방열장비와 당시 같이 사용한 무전기 4개 등 9점이다.
방열복은 주로 대형화재나 복사열이 강한 산업현장에서 인명구출 또는 소화 활동시 착용하는 의복이다. 소방대원들이 주로 입는 방화복 또한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방열복은 알루미늄을 코팅한 소재로 복사열을 반사해 몸을 보호하는 데 주로 쓰인다. 현대식 방열복보다는 무게가 무겁고, 소재 또한 두꺼워 활동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방열복의 주인인 정동인 전 고흥 의용소방대장은 1990년 5월에 입대해 현재까지도 고흥 마을의 안전을 지켜오고 있다.
당시 소방장비나 의복의 보급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입대하자마자 선배가 입었던 방열복을 물려받아 착용하고 현장에 나섰다는 것이 정 전 대장의 설명이다.
그는 “1990년도 당시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고흥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자는 사명감에 많이 입대했다. 지금처럼 새 의복을 입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방열복을 나눠입고 물려받으며 현장에 뛰어들었다. 현재의 방화복·방열복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무겁고, 숨이 턱턱 막혀 불편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방열복은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움직일 수 없어 답답했다”며 “2000년대 들어서서 신 장비와 의복이 보급되자 옛 방열복은 필요가 없어졌지만 왠지 버리기 아쉬워 집 창고에 보관해뒀는데 이번에 소방유물로 기증품을 접수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내놓았다”고 전했다.
정 전 대장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지난 2019년 고흥의 한 대형마트 화재와 2020년 윤호21병원 화재 현장 등을 오가며 의용소방대장으로서 대원들을 진두지휘하고 인명구조에 앞장섰다.
아버지가 크고 작은 구조현장에서 헌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같은 소방대원의 길을 걷게된 아들 정상준 소방장은 “오래전 화재 현장에서 군민을 구하던 장비인 만큼 이젠 소방역사의 가치를 보여주는 유물로 기증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소방유물 접수는 오는 2025년에 건립 예정인 국립소방박물관에 전시할 소방 유물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국립소방박물관은 소방유물의 보존 및 전시 연구 목적으로 경기도 광명시에 건립 예정이다. 소방유물 수집 및 기증 운동의 의미는 소방 관련 역사 자료 및 유물(소방도구 등)을 찾아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리고, 박물관 전시 및 관람을 통한 안전 문화 확산에 있다.
수집·기증 대상은 소방차와 장비, 안전모자, 배지와 기념품, 사진 등 소방과 관련한 모든 사료다. 기증 유물은 국립소방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돼 영구 보존·전시되며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자료로도 활용된다. 특히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의 경우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돼 관리된다.
현재까지 광주·전남 소방본부 등 에 따르면 광주에서는 170건이, 전남에서는 568건이 접수됐다. 소방청은 이러한 유물에 대해 각종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전시될 유물을 선정한다.
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소방유물자료관(https://firemuseum.or.kr)에서 관련 서식을 다운 받아 이메일로 제출하거나 소방청 생활안전과(044-205-7668)에 문의하면 된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