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준 도의원 |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수산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바다 오염은 사형선고와 같다며 피눈물을 흘리는 어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거른 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ALPS로 정화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으나,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한다. 미량이기는 하지만 탄소14 등의 핵종도 ALPS로 처리한 물에 남는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을 검사한 결과 기준치의 180배 달하는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자웅동체인 기형 사슴벌레가 오사카시 도지마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제는 일본 어민들까지도 오염수 방류 반대를 부르짖고 있다.
바다는 한 사람, 한 국가만의 것이 아니다. 바다 오염은 전 인류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다. 원전 오염수 위험은 불확실해 검증되지도 예측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또 방사성 물질 피폭에 안전한 생물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처럼 잠재적 위험을 외면하고 방류해 바다가 오염된다면 미래 인류 안전까지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연합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국민 85.4%가 오염수 방류 자체를 반대했고, 72%가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인다고 응답했다. 대규모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환경에, 그리고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의 영역에 가깝기에 반대가 70~80%를 넘나들 정도로 국내 여론이 들끓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국민의 의견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산물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수산물 기피 현상과 소금 사재기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의 수산물 기피 현상이 현실화됐다는 반응이 수산시장 상인들 입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13년에 발생한 원전 오염수 누출 때에도 수산물 소비 침체를 겪은 바 있다. 당시 국내 전통시장에서는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도 각각 20% 수준의 소비 감소가 있었다. 이제서야 겨우 회복세를 되찾았는데 악몽 같은 오염수 방류 소식은 이전 일시적인 방출과는 달리 장기적으로 수산업계에 타격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렇듯 대다수 국민들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산물 먹거리에 대한 거부감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수산업계에 공포에 비해서 정부가 보여준 실질적인 조치는 무책임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당장 방류 소식 그 자체만으로도 생업의 타격을 입고 있는 어민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위원회 설치, 피해 대책 종합계획 수립·시행, 수산업 등 관련 산업의 피해 보전, 수산물 정부 비축 및 수매, 판매촉진, 홍보 등 지원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농어업재해대책법’의 농어업 재해에 방사능 오염 등 사회 재난을 별도로 규정해 피해 지원 및 대책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막무가내인 일본 정부의 행태를 그냥 놔둘 수도, 우리 정부의 무능한 대책을 마냥 두고 볼 수도 없기에 혹시나 모를 방류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일본은 지금이라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폐기하고 육상 저장쪽으로 선회해야 하며, 우리 정부는 하루바삐 어민들의 피눈물을 닦아 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을 조속히 개정하는 등 보다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