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풍암호수 원형보존’ 거부…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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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시, ‘풍암호수 원형보존’ 거부…갈등 심화
주민협의체, 강기정 시장 면담
당초 약속 파기에 강력대응 예고
주민들 “비용절감 방안도 외면”
市 “현 상태론 수질 개선 안돼”
  • 입력 : 2023. 06.08(목) 18:28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광주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풍암호수공원 조감도. 광주시 제공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앙공원 1지구 개발과 관련, 광주시가 풍암호수를 원형보존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매립해 수심을 낮춰 담수량을 줄이고 지하수로 호수를 채우는 ‘수량조절안’ 추진 방침을 밝혔다.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해 시와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광주시, ‘원형보존’ 수용 불가

풍암호수 수질개선 주민협의체(주민협의체)는 8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주민협의체가 수량, 수심, 수면적을 원형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8000여명의 주민 서명부를 광주시에 전달한 이후 98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광주시는 풍암호수 수질개선 방식은 ‘수량조절안이 옳다’며 주민협의체의 원형보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원형보존을 할 경우 3등급으로 수질을 개선해야 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량조절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주민협의체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강 시장은 주민협의체에 합리적인 수량조절안을 왜 반대하냐며 되묻기도 했다고 주민협의체는 전했다.

주민협의체는 주민들의 뜻을 외면하고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협의체는 일주일 가량의 논의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으며, 이 기간동안 원형보존을 관철시킬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주민 의견 반영 약속 어겨”

당초 중앙공원1지구 공원사업은 광주 서구가 수질개선 TF를 운영한 결과 수량조절안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수심을 줄이기 위해 호수 바닥을 벤토나이트 모래로 매립한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반발을 샀다.

풍암동 일대 주민들은 주민협의체를 구성, 5차례 회의와 토론을 거쳐 원형보존 해달라는 뜻을 지난 3월 강 시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강 시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 아니다. 주민들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그 뜻을 100% 받아들이겠다”고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100일도 지나지 않아 수량조절안을 제시하며 말을 뒤집은 셈이 됐다.

주민협의체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날 강 시장과 면담을 마친 민태홍 주민협의체 회장은 “분명 지난 면담 때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던 강 시장의 입장이 180도 달라져 당혹스러웠다. 이미 광주시는 수량조절안으로 진행하기로 결심을 굳혔다”며 “원형보존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광주시의 행정을 납득할 수 없다. 주민협의체 내부 논의를 거쳐 보도자료 배포나 기자회견 등 대응책을 세울 것이다”고 전했다.

● 사전공사 시작…진정성 의심

앞서 주민협의체는 5차례 회의 끝에 원형보존을 하면서도 광주시가 주저하는 비용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어 강 시장의 수량조절안 강행 입장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주민협의체는 수질개선 관련 업체 10여곳을 검토하며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을 광주시에 제시한바 있다.

면담에 참석한 주민협의체 한 회원은 “모든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권한을 광주시가 쥐고 있음에도 왜 시민이 아닌 민간사업자의 입맛에 맞게 행정을 펼치느냐”며 “주민협의체의 의견을 꾸준히 전달했음에도 이제와서 강기정 시장이 왜 원형보존을 고집하느냐고 되묻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부터 중앙공원1지구 개발 부지에서 석면 제거, 폐기물 처리 등 본 공사를 위한 사전작업이 시작됐다. 광주시가 사전 공사를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주민협의체는 “시장과의 최종면담에 앞서 이미 수량조절안으로 결론을 내리고 공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원형보존을 하게되면 결국 현재 수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풍암호수의 수질이 상향되지 않으면 특례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원형보존을 원칙으로 한 수질개선 설계를 새로 실시하면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린다. 착공이 지연될수록 민간사업자 측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원형보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고 해명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