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90>저것이 인간의 집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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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90>저것이 인간의 집이던가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입력 : 2023. 06.08(목) 12:15
건물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옛적에는 뉴욕의 빌딩 숲 사진을 보고 놀랐는데

지금은 우리 주변도 별 다르지 않다.

경제 수준의 척도를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요즘 드나들면서 눈에 띄는 것은

여기저기 인간의 집짓기 현장이다.

살기도 팍팍하고 인구도 급감하고 있다는데

무슨 계산으로 저리도 많은 집들을 짓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도 하늘 높이 올라가는 초고층으로…….

땅덩어리가 작아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높은 곳에 살면 신분 상승이라도 되고,

하늘이 더 가까워 하늘님과의 교신이 더 용이해 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 자기가 좋다면 좋은 것을…….

하지만 바라보는 입장에서 숨이 막힌다,

잘 보이던 무등산을 가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거대한 철옹성의 성벽이 도시의 미관을 흐리는 것은 물론이고,

바람의 흐름이 차단되니 삶의 흐름도 차단 될 수밖에.

결국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만물이 생동하지 못하고 악의 씨앗들만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게 중에 덜 볼썽사나운 이미지를 골라봤다.

편리함을 내 세우면서 녹지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닭을 가두어 두거나 사는 집을 ‘닭장’이라 하니

저건 바로 ‘인간장(人間欌)’이 아니겠는가.



먼 곳에서 내려다보면 도시가 온통

닭장 같은 인간의 집들 일색이다.

살기 위해 집이 있는 것인지,

집을 위해 사는 것인지…….

나도 오늘 어쩌지 못하고 그곳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