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데스크칼럼> 세계 선진 농업과 전남농촌융복합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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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남일보] 데스크칼럼> 세계 선진 농업과 전남농촌융복합산업의 미래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6.08(목) 10:46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전세계 농업 선진강국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등으로 세계시장이 연결되면서부터 가열되는 양상이다.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인 농업이 데이터 혁신과 AI, 자율주행, 로봇, 드론 등이 도입되면서 첨단산업으로 탈바꿈 되는 형국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식량패권’ 경쟁이 치열해지자 각국이 농업과 기술을 합친 ‘에그리테크(Agri Tech)’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 지역 농촌 풍경은 원시농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모내기 한달 전 모판을 만들어 비닐하우스를 씌워 관리한 뒤 모가 자라면 본격 모내기를 시작했다. 논에 물을 대고 나면 소가 끄는 쟁기로 써레질을 했다. 모내기가 시작되면 집안 식솔들까지 동원됐다. 농번기철이면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가용한 인력을 끌어 모았다. 못줄을 잡는 두명을 빼곤 모두가 논에 들어가 모를 심어야 했다. 추수를 해도 투입 인력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당시 모든 부모들은 평생 뼛골 빠지게 농사를 지어 겨우 입에 풀칠하며 자식들을 길러냈다.

그랬던 농업 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변화·발전해 왔을까. 세계 각국 농업 수준은 가히 상상을 뛰어 넘는다. 대표적인 나라 몇곳을 살펴보자.

호주 축산기업 ‘윈디 스테이션’ 목장은 군용자율주행 장갑차 등 700여가지 첨단기술을 활용해 소, 양목장을 운영한다. 자율주행 장갑차는 미국 군사로봇 개발업체 HDT가 개발한 ‘울프’다. 울퉁불퉁한 목장내 지형을 넘어다니며 순찰하며 무거운 장비를 운반한다. 드론은 가축이동 경로와 목초지 분포를 확인한다. 센서로 물 수위와 강우량을 분석한다. 목장 규모도 넓다. 캔버라 동쪽 1만5000㏊로 여의도 면적 50배다. 정규 직원은 고작 4명이다.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는 위성항법장치(GPS) 카메라 센서와 인공지능(AI)으로 결합한 무인 트랙터를 활용한다. 농부는 집안에서 무인 트랙터가 작업한 내용을 실시간 확인하면 된다. 논밭 비료는 스스로 알아서 뿌리는 로봇비료 살포기인 ‘이그젝트샷’이 대신한다.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씨앗이 심어진 곳을 식별한 뒤 정확한 위치에 비료를 뿌려준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비료사용량의 60%가 절감된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가로지르는 니우어마스강에는 젖소를 키우는 수상목장 ‘플로팅(floating) 팜’이 있다. 가축을 사육할 토지가 부족해질 경우에 대비해 강 위에서 소를 키워보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있다.

3층에서 젖소를 키우고 2층에서는 착유한 우유를 보관한다. 1층은 치즈 숙성고로 쓴다. 2012년 실험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농장은 2019년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사료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자동 공급하고 기계로 배설물을 수거해 강의 오염을 막는다.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플로팅 팜은 각종 농업 신기술의 결정체”라고 극찬하고 있다.

현재 선진 농업 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혁신의 모습이다. 코로나19와 국제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기에 놓인 농산물이 가격급등을 겪으며 ‘제2의 석유’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농업 강국 간 첨단기술 전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선진국 농업 사례를 보면서 인력을 줄이고 기계화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갈수록 고비용으로 몸살을 앓는 농촌 인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벤치마킹 할 필요성은 있다. 배춧값이 폭락하면 그대로 놔둔 채 갈아 엎거나 벼값이 하락하면 쌓아놓고 불을 태웠던 아픈 과거가 있지 않는가.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도 있지만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뛰어든 농가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 이제 우리 농업에도 농작물 환경을 과학적, 기술적으로 분석해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 1년 농사를 짓고도 푼돈만 만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전남도가 전국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남농촌융복합지원센터가 있다.
전남센터는 전국 11개 센터 중 3년 연속 종합1위에 올랐다. 성과평가와 인증 경영체, 현장코칭 규모, 안테나숍 매출 등에서 타시도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인증 경영체 역시 전국 최다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11곳에서 2021년 361곳, 지난해 403곳으로 29.6%가 늘었다. 현장코칭 규모 역시 514곳으로 전북 397곳을 크게 따돌렸다.

농촌융복합산업 업체들은 미래 전남농업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담양 수북 김상식 두리농원 대표, 보성 강선아 우리원 대표, 담양 박순애 담양한과 명진식품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송경환 순천대 교수가 이끄는 전남농촌융복합지원센터의 역할이 크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농수산물 판로가 막혔을 때 숨통을 트여준 ‘전남도 농산물꾸러미 지원사업’을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전남 농업인들이 흘린 땀방울은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