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어촌은 뭔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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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어촌은 뭔 죄인가
천일염·굴비 등 직격탄 눈 앞
  • 입력 : 2023. 06.04(일) 17:25
전남은 양식장·어선·수산물·천일염 생산량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수산물의 60%를 생산하는 최대 산지다.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있는 어민과 어가의 수도 전국 최대 수준이다. 이런 전남 어촌이 요즘 삶 자체를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 앞에 절망하고 있다. 바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때문이다.
 
원전수 방류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어민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사색이다. 십수 년째 영광군 염산면에서 천일염을 채취해 온 한 어민은 “이거 남 일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바다에 못 붓게 해야 한다”고 절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천일염은 바닷물을 태양·바람 등으로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굴비 외에도 김치·간장·된장 등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제조 특성상 오염수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일본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유해 물질이 발견된다면 그 즉시 천일염 업계는 붕괴될 수 있다.
 
이미 불안감은 현실화 되고 있다. 소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천일염 사업장에는 전국적으로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다. 십 수 년치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곳도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 일본은 ‘오염수가 정화시설인 알프스를 거치면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담수화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등은 걸러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유해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바다는 경계선이 없다. 물고기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한다. 한 곳이 오염되면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남의 바다가 아니라 우리 바다가 당장 죽게 생길 판이다. 그런데 정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것’만 강조하고 있다. 왜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하다 못해 ‘막는 시늉’이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아닌가. 도대체 어민들이 무슨 죄이며 우리 국민은 뭔 죄라고 이웃의 오물까지 뒤집어 써야 하는가. 답답하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