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섬뜩한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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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섬뜩한 깃발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5.31(수) 12:19
김선욱 부국장
깃발은 인류와 함께해 온 대표적 상징물이다. 국가나 집단의 역사, 지리, 국민, 가치관 등 모든 것의 상징이다. 깃발에는 인류의 꿈과 희망, 좌절과 분노, 충성, 환희, 광기의 오랜 역사가 응축돼 있다. 작은 천 조각에 불과한 것 같지만, 그 아래 모이면 거대한 힘이 되고 정신이 된다. 한 집단의 구심체가 되고, ‘그들’과 다른 ‘우리’가 된다. 깃발 아래 갈등과 분쟁, 평화와 혁명 등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이 관통됐다.

다양한 상징의 깃발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국기다. 국기 마다 그 나라의 역사와 이념, 정체성이 녹아 있다.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은 왕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의 성 조지 십자가, 스코틀랜드의 성 안드레아 십자가, 아일랜드의 성 패트릭 십자가가 합쳐져 있다. 미국의 성조기는 미합중국을 구성하는 주(州)의 수 만큼 별이 있다. 지난1960년 하와이주 승격으로 현재 별의 수는 50개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과 함께 국기로 제정된 오성홍기는 붉은 바탕에 노란색 별 다섯개로 그려졌다. 가장 큰 별은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고, 작은 별 네개는 노동자·농민·소자산계급·민족자산계급을 대표한다. 우리의 태극기는 흰색 바탕 중앙에 파란색(음)과 빨간색(양)의 태극 문양을, 네 모서리에는 팔괘 중 상하가 대칭되는 4괘인 건(하늘), 곤(땅), 감(물), 리(불)를 그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과 음양의 조화를 표현했다.

깃발은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강력한 상징이다. 1969년 인류의 첫 달 착륙 당시,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은 성조기를 달에 꽂아 전세계에 미국의 힘을 과시했다. 올림픽 등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 수상자는 자국의 국기 앞에 ‘맹세’하는 영광을 갖는다. 승리와 성취, 선점과 자신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깃발 아래 일어난다.

한국 주최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욱일기’를 달고 지난 29일 부산에 입항했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군기이다. 우리에겐 전쟁 범죄와 학살의 ‘전범기’다. 일제는 욱일기를 앞세우고 아시아 주변국을 침략하고, 각종 만행을 저질렀다. 부산항에 제국주의 깃발이 휘날린다. 우리 땅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선포하는 것 같아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