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붉은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퍼져나가는 욱일기는 1870년 창설된 일본군의 공식 군기다. 아시아를 유린한 태평양 전쟁 때도 이 깃발이 사용됐다. 일본 왕실의 상징인 국화 꽃잎 숫자(16개)와 동일한 햇살 무늬는 천황을 정점으로 뭉친 제국주의 군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지금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전범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에는 욱일기를 몸에 휘두르거나 욱일기를 앞세우고 행진하는 참전 노병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욱일기에 대한 일본인의 편협한 인식도 비난의 대상이다. 독일 나치가 사용했던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가 ‘전쟁 범죄의 상징’이란 이유로 금지된 것과 달리 일본인의 욱일기에 대한 추종은 맹목적이다. 가장 ‘비 정치적’이어야 할 스포츠에까지 종종 등장할 정도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한 관중이 욱일기를 펼쳐 비난을 받았고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응원 도구로 사용 돼 FIFA의 제재를 받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대한민국 응원단이 욱일기에 맞서 ‘이순신 현수막’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29일 욱일기를 달고 부산항에 입항했다. 정부는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일본이 내건 욱일기의 뿌리가 군국주의와 주변국의 식민지화에 있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극단적 민족주의를 불러올 우려도 높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욱일기 사용을 두고 ‘전쟁 공포를 상기시키는 몰상식한 행위’라고 했다. 반성은커녕 욱일기로 자신들의 당당함을 과시하는 일본이나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변명하기 급급한 한국까지. 명분도 실리도 없이 또 다른 침략과 약탈만을 꿈꾸는 두 나라의 몰상식이 잠자는 국민의 분노를 불러 오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