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대통령, 노동계 대화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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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대통령, 노동계 대화 적극 나서야
노란봉투법 거부 앞서 소통을
  • 입력 : 2023. 05.29(월) 17:22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개혁 핵심 기조는 ‘노조 압박’인 듯 하다. 그간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기업의 ‘자유’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반면 노동계, 야당과의 소통은 전무했고, 이에 따라 노동 이슈는 완충지대 없는 곳에 ‘강대강’으로 남았다.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대응한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25일 정부·여당은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앞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이렇게 맹렬하게 국회 의견을 거부하는 불통 대통령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현 정부가 노동계와 아예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계를 어떤 집단으로 규정해 놓고 압박하고 통제하려고 만 하지, 그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불통을 넘어 ‘먹통’의 형국이다.

노동자가 누구인가. 바로 국민이다. 일하는 국민들 대다수가 노동자다. 일터에서 삶과 목숨을 보장받고, 내 권리를 인정받겠다는 것이 ‘불법’일 수는 없다. 나아가 정부가 집시법 개정 등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에 건설 현장에서, 기업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불법하청이나 부당노동행위를 찾아보고 고치려고 했다면, 집회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로 죽어나가고, 비정규직은 넘쳐나고, 일자리는 부족하다. 이런 아우성 대는 소리가 뭉쳐 험해지는 것을 그저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일 잘하는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가는 정치고, 그 다음이 국민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세 번째는 도덕으로 설교하고, 네 번째 아주 못난 정치가 형벌로 겁을 주는 것이며, 다섯 번째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툰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지금부터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 광장에 모이는 이가 일부지만, 이것을 몇 배로 늘리는 것은 소통이 안될 때부터다. 어쩌면 빨간불은 벌써 깜빡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