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알프스와 원전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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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알프스와 원전 오염수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3. 05.21(일) 15:20
박성원 국장
19세기 스위스 아동문학가 요한나 슈피리가 지은 소설 ‘하이디’는 알프스 산골마을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다섯살 소녀 하이디가 주인공이다. 우리에겐 ‘알프스 소녀 하이디’로 잘 알려져 있다. 아들을 잃고 세상을 등지며 살아가던 할아버지가 말괄량이 손녀 하이디 덕분에 마음을 열게 된다는 이야기가 알프스의 높고 뾰족하게 솟은 산, 푸른 초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알프스는 ‘하얗게 빛나는 유럽의 지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웅장한 산세와 초원, 호수 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여행지다. 산림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도 등산 등 숲길체험 국민의식 실태조사’에서 알프스는 우리 국민이 가장 가고 싶은 해외 산 1위(31.2%)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알프스’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공교롭게 일본 도시바가 개발한 다핵종 제거시설(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영문 앞 글자를 따다 보니 ‘ALPS’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일본은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를 ALPS 장비로 정화한 뒤 바닷물에 재차 희석해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맑고 청정한 자연의 대명사인 알프스의 이미지를 끌어들이려는 듯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 처리수’로 부르고 있다. 원전 오염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읽힌다. 문제는 ALPS로 정화했다는 ‘처리수’에도 트리튬(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남아 있어 해양 방류시 생물·환경 등의 피해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점검할 우리 정부 시찰단이 2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시찰단이 어느 범위와 정도까지 후쿠시마 원전 내 주요 시설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일본의 반대로 오염수 시료 채취를 하지 못하고 검사 장비도 못 가져가고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지 못했다.

일본이 보여주고자 하는 곳만 둘러보는 겉핥기 식 시찰은 필요없다. 자칫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및 해산물 수출의 명분만 제공할까봐 걱정이 크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다. 일본의 주장을 편들고 들러리 노릇이나 할 시찰단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꼼꼼한 검증과 국민이 납득할 결과물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