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열의 5·18’ 다음 세대 뭐라 설명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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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분열의 5·18’ 다음 세대 뭐라 설명할 텐가
추모제서 오월단체 따로 행동
  • 입력 : 2023. 05.18(목) 18:13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이 끝났다. 서럽고도 찬란한 광주의 봄이 전국에 중계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과 광주정신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43주년은 코로나19 종식 선언 후에 치러진 첫 기념식이라 많은 인원이 참여해 5·18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월단체간의 분열이라는 도려내야 할 곪은 상처가 자리했다.



지난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의아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은 국가 기념식과 별개로 5·18 유족회가 주관해 매년 열리는 추모식이 열렸는데 제례를 진행한 10명 모두 유족회원들이었다. 당초 예정된 양관석 5·18 유공자유족회 전남지부장·황일봉 5·18 부상자회장·정성국 5·18 공로자회장 등이 각각 초헌·아헌·종헌을 맡아 희생자들에게 헌작하는 광경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황 부상자회장과 정 공로자회장은 추모제 시작 10여 분 후 민주묘지에 도착, 추모식이 끝날 때까지 1열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왜 이런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된 된 것일까. 전남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공법단체간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제43주년 5·18행사 마무리 인사말’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다. 의견문 원안에 ‘전사동지회 화해·용서 선언’이 있었고 유족회가 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것이 반영되지 않자 추모제 당일, 행사가 시작됐음에도 두 공법단체 회장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교통사고 때문에 늦었다’고 말했지만 도무지 옹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추모제는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이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고 숭고한 광주정신을 잇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화가 났다고 해서 ‘하고 안 하고’ 할 것이 아니며 ‘늦어서도 빠져서도 안되는 자리’다. 오월 공법단체는 지역의 어른들이다. 어른들이 보여주는 이 행태를 다음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국 올해 5·18의 최대 적은 ‘왜곡’도 ‘혐오’도 아닌 ‘분열’인 것 같다. 43주년을 맞는 2023년 5월, 오월 영령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