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간호국의 남자 간호사 분투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세브란스병원 간호국의 남자 간호사 분투기
간호사가 되기로 했다.
김진수 | 시대의창 | 1만6000원
  • 입력 : 2023. 05.18(목) 17:06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간호사가 되기로 했다.
한때 ‘남자’는 꿈도 못꾸던 직업이 있었다. 오랫동안 ‘금남’의 직업으로 인식된 간호사가 대표적인다. 시대가 변하면서 간호사는 이제는 여성들만의 직업이 아니게 됐다. 한국의 남자 간호사 누적 수가 2만명을 훌쩍 넘은 가운데, 남자 간호사 14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간호사는 여성의 직업이라는 편견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세상에서, 14명의 간호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간호사가 되기로 한 계기부터, 각자의 파트에서 겪은 그리고 겪어내야 할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익숙한 공간인 병원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심으로 해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남자, 여자로 나뉘는 세상이 아님을 새삼 일깨운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익숙해질 틈이 없는 응급실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의 대표적인 파트가 응급실이 아닐까. 응급간호팀에서 일하는 세 간호사는 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드는 ‘응급 상황’이 일상이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응급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속에서 이들 세 간호사는 ‘간호사’라는 직분과 ‘남자’라는 성별이 교차하는 가운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간다.

다음으로는 대형 병원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인 병동 이야기다. 외래간호팀, 입원간호팀, 암병원 입원간호팀 등에서 여러 환자를 밤낮 돌보는 간호사들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동 간호사들은 아픈 사람을 대해야 하는 숙명에 놓인 이들이다. 특히 이곳에서 일하는 남자 간호사들은 ‘간호사는 여자라는 편견’에 자주 노출된다. 여러 돌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사람에 대한 예의를 놓치지도 말아야 한다. 응급실 등에 비해 일견 ‘평온’해 보이는 병동은, 그런 의미에서 ‘병원의 최전선’이다.

이들 ‘남자 간호사’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누구 하나 쉬운 인생이 있을까마는, 이들의 이야기는 뜻밖의 결정일지라도, 혹은 뒤늦은 선택일지라도 열정과 애정으로 하루하루를 채운 사람의 삶은 빛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일깨워준다. 그들은 ‘남자’라서가 아니라 ‘간호사’라서 행복하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