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3주년 맞는 5·18… 진실의 힘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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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3주년 맞는 5·18… 진실의 힘 보여줘야
  • 입력 : 2023. 05.17(수) 17:50
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5·18민주유공자와 유족, 정부 인사, 각계 대표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린다. 국민의힘도 이날 행사에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기로 했다. 크나 큰 변화다. 1980년 5월 18일, 권력욕에 눈이 먼 신군부는 광주에 대규모 군대를 보내 평화 시위에 나선 시민을 무차별 폭행했다. 그들이 휘두른 총과 칼에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래서 일까. 올해 기념행사 슬로건은 ‘5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았던 5·18의 정신을 이어받아 정의로운 오늘을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꺼풀 더 들어가면 ‘5월의 정신이 오늘의 정의’로 지금 껏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의로 이어지지 못한 5월 정신

당장 시급한 것은 진상규명이다. 누가, 무슨 이유로 군대를 움직였고 또 누가 시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는 물론이고 전두환 신군부의 학살을 승인했던 미국의 책임 역시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 진척이 예상됐던 5·18 당시 헬기사격과 집단 학살, 인권유린, 시신 암매장 등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도 더디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행방불명 됐다고 신고된 242명에 이르는 미성년자 등의 행방도 묘연하다. 지난 4월, 5·18 전후 미국 정보당국이 생산한 기밀문서를 공개한 저널리스트 팀 셔록이 광주를 찾아 미국의 기밀 문서 수집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만 보더라도 광주민주화운동의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일부 극우의 왜곡과 폄훼, 억지 주장도 여전하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지난 3월 광주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5·18은 북한 간첩과 김대중 지지자들의 합작품으로 간첩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을 반대하며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라고 조롱했다. 이뿐인가. 전두환 정권 당시 2인자로 꼽혔던 장세동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5·18에 대해 ‘사과 할 필요도, 할 것도 없다’고 했다. 역사의 이름으로, 민주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자업자득이다. 인터넷을 통한 왜곡과 폄훼도 셀 수 없다.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체는 단순하다. 1980년 정권을 탈취하려던 신군부의 음모를 반대하는 광주 시민에 맞서 신군부가 총칼을 앞세워 광주시민에 폭력을 행사하고 학살한 것이 그 시작과 끝이다. 개울가에서 놀던 11살 아이에게 총구를 겨누고 탱크와 헬기로 시민의 생명을 빼앗은 것도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었다.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가한 사실도 정부 조사 결과 공식 확인됐다. 도저히 묵과해서는 안될 반인도적 범죄이면서 국가가 저지른 가공할 폭력이다. 공식적인 피해자도 3000여 명에 이른다. 광주시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 1차에서 7차까지 보상신청을 받은 결과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 155명, 상해 후 사망 112명, 행방불명 85명, 상이자 2505명, 기타 및 재분류 123명 등 2980명에 이른다. 모두가 평범한 시민들이다. 이런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죄악이다.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불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동조하는 비겁한 행동이기도 하다.



치유의 첫 걸음은 진상규명

또 다시 5월이다. 광주시민에게 ‘1980년 봄’은 치유하기 어려운 아픔이면서 또렷하게 기억해야 할 과거다. 그리고 43년간 되풀이 돼 왔던 그 아픔은 이제 치유 돼야 한다. 그 첫걸음은 여전히 어둠에 묻혀 있는 진상을 파헤쳐 진실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월이 품은 정의와 진실의 힘이 시대를 넘어 영원히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국가적 수단을 통해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세력도 엄벌해야 한다. 국가폭력과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5월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 만드는 길은 온갖 망언과 거짓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데서 시작된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수록이나 지금도 삶과 죽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행방불명자 문제, 흩어진 사적지를 재조명 하려는 노력도 5월을 정의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아픔 속에 다시 맞는 ‘광주의 봄’은 4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