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실장 |
60년대 수도공대는 그야말로 꿈의 대학이었다.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이었지만 전교생에게 기숙사와 장학금을 지급했다. 파격적인 혜택은 ‘가난하지만 공부는 잘하는’ 인재의 요람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한국전력의 성장세에 힘입어 취업률도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새 과학의 푸른 깃발’이라는 수도공고 교가처럼 학생들의 자부심도 높았다. 개교 당시 전기공학과와 기계공학과, 토목공학과 등 3개에 불과했던 전공도 1967년에는 7개까지 늘어났다. 재학생도 1100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도공대의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장 국가로부터 재정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한전의 보조금마저 줄면서 수도공대는 설립 이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1969년 전자공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40명 늘렸지만 이듬해 학생모집을 하지 못해 정원마저 채우지 못했다. 의욕적으로 설립한 야금학과마저 수험생들에게 외면당했다. 1970년에는 학교시설 보완 등을 요구하며 학생들의 농성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1년 수도공대는 홍익대에 이양되며 짧은 역사를 마무리했다.
적자를 이유로 정부가 한국전력에 한전공대 출연금 삭감을 요구하면서 한전공대가 위기다. 한전공대는 한국전력이 실패했던 수도공대에 이어 두번째 설립한 대학이다. 이제 갓 출범한 한전공대의 성장동력은 한전과 자치단체의 출연금이다. 한전이 출연금을 줄이면 한전공대는 수도공대의 전철을 되 밟을 수 밖에 없다. 지난 해 전체 수입이 114조 1126억 원에 이르는 한전이 한전공대에 올해 지원해야 하는 1588억 원을 줄인다고 경영 상황이 크게 좋아지지도 않는다. 정부의 정치적 셈법이 에너지 강국이라는 한전공대의 꿈과 함께 지속가능한 가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논설실장